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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May 16. 2019

사진 한 장의 가치

[사진 한 장의 가치]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용도별로 쓰는 카메라가 석대가 되기까지
시간도 제법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추어이고
아마도 영원히 아마추어일 것이다.
프로가 될 수도 없고 될 생각도 없다.
그래도 즐긴다.
그림은 못 그리지만
사진으로는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채울 수 있어서이다.

요리 사진을 많이 찍지만
사실 인물사진이 제일 좋다.
셔터 열리고 닫히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그 사람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물론 인물사진은 찍을 기회가 많지 않다.
애들은 커가면서 사진을 슬슬 피하고
아내도 사진 찍히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도리없이 자촬상을 찍을 때도 있다.

주변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찍어줄 때가 더러 있다.
상황이 그렇기도 하고
일부러 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도 한다.
첫번째는 내가 즐거워서이지만
내가 찍어준 사진이 맘에 든다며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보람을 느낀다.

어쨌든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사진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어드리려고 한다.
좋은 사진이 나왔을 때 나도 행복하니까.
고맙다는 말도 고맙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대면하는 순간은
짧게는 수초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좋은 사진 한 장이 나오기까지는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비싼 카메라도 샀을 것이고
비싸게 샀으니까
사진도 많이많이 찍어봤을 것이고
보정도 해봤을 것이고
남의 사진 구경도 해 가면서
사진 실력을 키웠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세월과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짧은 순간에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다.

뷰파인더 들여다 보면서
셔터만 누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배경도 보고, 빛의 양과 방향을 가늠하고
구도는 정확한지, 인물의 표정은 어떤지를
충분히 살펴서 셔터를 누른다.
까치발을 했다가 기마자세를 하기도 하고
아예 쪼그려 앉기도 한다.
경험이 쌓여서
좋은 사진이 나오는 조건을
감각적으로 아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카메라를 쥐어줘도
초보자의 사진과 사진을 많이 찍은 사람의
사진은 그래서 다르다.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예리해서
아주 미세한 불편함도 금세 지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찍어서
나의 스마트폰으로 몇 초안에 쓩하고 전송되는
사진 한 장은
스마트폰에 전송되기 직전까지는
십 수년을 천천히 달려왔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나온 사진을
허락도 없이 가져다 쓰면서도
미안한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고,
내가 찍어 준 사람이 맘에 들어
프로필 사진으로 쓰면서도
커피 한 잔 안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아마 니가 좋아서 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노하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뿐만 아니라
사람의 품이 드는 모든 일이 그러할 것이다.

#커피살돈이없어서그러는것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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