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궁 Feb 23. 2019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예약이 많이 없어도 괜찮아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팅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다.

손님이 오는 일이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나는 트립 호스팅을 업으로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다.

주말 그것도 토요일에만 운영하니 한국을 여행하는 손님들을 만날 확률이 그만큼 높지 않다.

매일매일 문을 열어 놓고 기다려도 시원찮을 판에 토요일에만 하고 그나마도 개인적인 일정이 있으면 닫는다.

가끔 손님들이 평일에 할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I'm afraid not, I'm sorry 이런 답을 한다.


그런 아마츄어리즘과 여유가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팅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에어비앤비 직원들을 이야기하지만, 생계가 달린 일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도 작년 이맘때는 평창 동계 올림픽 특수 때문이었는지 예약이 쏠쏠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예약이 영 신통치 않았다.

1, 2월 통틀어 두 건에 손님은 세 명.

이것 저것 다 제하고 나면 적자가 틀림 없다.

날씨도 춥고, 올림픽 특수도 없고, 경쟁자도 많아졌고, 열어 둔 날짜도 많지 않은 데다가 요금도 1만원 인상한 탓이라 생각한다.

예약이 너무 많을 때는 한 주 정도 쉬어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너무 한가하니 평소에 한 번도 묻지 않던 아내도 예약 들어온 거 없냐고 묻는다.


예약이 없으면 없는 대로 좋긴 하다.

주말에 제대로 쉴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한다.

외국사람 집으로 들여서 영어로 쿠킹 클래스 진행하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굉장히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이 클래스에 참여하기 어렵고, 손님들 대부분이 30대 이상이라 영어는 둘째 치고 기본적으로 아이들과 공통적으로 할 이야기가 없다.

밥상에 같이 앉아도 아이들은 묵묵히 밥만 먹는다.

아무리 우리 아이들이 가족 아닌 다른 사람들이 집으로 오는 일에 익숙해 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우리끼리 있는 것보다는 못하다.


어쩌다 오는 손님이 더 소중하고 반갑다.

2년전 에어비앤비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후기를 많이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클래스를 열었다.

그때는 서울에 다른 쿠킹 클래스도 많지 않을 때라 이틀 사이에 여덟명이 올 때도 있었다.

주머니가 조금 두둑해져서 좋았는데 토요일에 한 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니 일요일에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손님들은 눈치를 못 챘겠지만 토요일 손님이 일요일 손님보다는 더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우리도 지치고 손님들한테 미안해서 일요일 클래스는 닫고 한 주에 한 팀만 받아서 운영을 한다.


요즘같이 예약이 뜸할 때 한 두 명 손님이 오면 그 손님(들)은 나와 아내의 집중적인 케어를 받는다.

거의 나만을 위한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셈이다.

그래서 손님을 대하는 밀도가 높아지다 보니 클래스가 끝나고 나서 더 깊은 우정을 맺게 된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니고 친구를 만들자고 하는 일이라는 취지와 더 잘 어울린다.

아내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오면 좋고 안 와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기왕에 시작한 것이니 지치지 않고 오래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늘 즐거운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망하지 않고 몇십년을 버틴 가게들이 노포로 대접받는 것처럼 존버 정신으로 버티자고 했다.


3월 예약도 한 건 밖에 없고 그 이후로는 아직 한 건도 없지만,

우리는 괜찮다.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트립 #트립호스트



작가의 이전글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