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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an 28. 2019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영어는 잘 할 수록 좋다.

숙박과 달리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언어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호스팅을 할 수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맛(!)은 외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조금 벌고 외국 친구들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나도 그걸 포함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시작했으니까. 실제로 호스팅을 오래 한 분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도 그것이 아닐까 싶다.


호스팅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언어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영어가 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에어비앤비 측에서는 영어가 조금 안 되도 프로그램의 내용만 좋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어 수업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체험하러 오는 것이니까.  그리고 손님들 중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본인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영어가 무관하게 발표를 잘 할 수 있다면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만 잘 구성한다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아도 좋다. 자신있게 준비해도 좋다.


그래도 영어는 잘 하면 잘 할 수록 좋다. 아주 잘 하면 매우 좋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자.

손님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만약 내가 다른 나라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내가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쿠킹 클래스를 예약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제법 비싼 돈을 지불하고 내가 얻고 싶은 것은 호스트가 알려주는 레시피 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음식을 배우자면 차고 넘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레시피 말고도 내가 얻고 싶은 것은 호스트와의 친밀한 교감이 아닐까. 직접 사람을 만나서 요리를 배우면서 현지 문화도 체험하고 친구도 사귀는 것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호스트가 영어를 잘 하면 게스트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게스트의 영어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호스트가 영어를 잘 해서 자신있게 한 마디라도 더 하면 게스트 입장에서는 친근감을 더 느낄 확률이 높아진다.


에어비앤비 트립도 어떤 면에서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이다. 그리고 그 컨텐츠의 핵심에는 호스트의 캐릭터와 매력이 있다. 트립의 내용이 반이라면 호스트는 그 나머지 반이다. 호스트가 어떤 사람이냐가 트립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다른 트립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트립 말고 어떤 트립을 또 해봤거나 할 계획이냐 물으면서 게스트를 더 많이 알게 되기도 한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체험형 트립이었는데 내용 자체는 좋았는데 호스트가 영어를 못해서 말을 별로 안 하는 바람에 조금 지루했다는 이야기를 한 손님도 있었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고수들이 강조하는 팁 가운데 하나는 오디오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브나 에어비앤비 트립이나 모두 컨텐츠를 제공하는 활동이고 시청자(참여자)가 있기 때문에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트립을 진행하는 내내 오디오가 끊어지면 안 된다.


쿠킹 클래스를 하는데 재료를 썬다고 해보자. '이건 이렇게 썰고 저건 저렇게 써는데 나처럼 해 보세요' 하고 난 다음에 오디오가 끊어진다면?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만 클래스 공간에 울릴 것이다. 그 어색함이란...물론 클래스의 특성상 조용함이 미덕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가 끊어져 적막함과 어색함이 지배하는 트립이라면 게스트가 '아! 잘 못 왔구나'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는 나는 트립이 진행되는 세 시간 내내 수다를 떤다. 말 하다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내 표현으로 거의 쿠킹 수다를 퍼붓는 수준이다. 부작용도 있겠지만 일단 게스트의 어색함이 빨리 없어진다. 호스트가 말을 많이 하면 게스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침묵을 어떤 말로 채워야 하는 부담이 없어진다. 모르는 사람이 서로 만나서 제일 어색할 때가 대화가 끊어질 때 아닌다.


오디오가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트립이 진행되는 시간 전체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컨텐츠를 갖추고 그 컨텐츠를 전달 할 수 있는 영어실력이 중요하다. 순발력이 있게 영어로 말을 할 수 없다면 스크립트라도 만들어서 외우고 또 외우는 것이 좋다.


영어가 새로 트립 호스트가 되려면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 있지만, 일단 영어 실력이 좋아지면 그 반대로 신규 진입자로부터 보호받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트립 호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이래저래 영어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좋은 호스트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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