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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an 16. 2019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기분 좋은 새해 첫 손님

날도 춥고 미세먼지도 가득하니 손님도 뜸하다.


여행의 비수기인지 한국 여행의 비수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년하고 비교하면 1월은 예약이 거의 없었다. 아, 작년엔 평창 올림픽이 있었구나.



다행히 에어비앤비 트립이 본업이 아닌지라, 늘 오면 좋고 안 오면 말고의 정신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예약이 하나 들어왔다. 새해 첫 예약이다. 오랜만에 받는 예약이다 보니 2년전 2월 26일에 오픈하고 첫 예약을 받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반가웠다. 20대 미국인 커플이었다.



내 쿠킹 클래스의 정원은 4명이다. 4명이 다 오면 대략 20만원 정도의 매출이 생기고, 한 명만 오면 5만원 정도. 한 명이 와도 재료 사는 데 돈은 비슷하게 들고 시간도 똑같다. 투입되는 인력도 똑같다. 금전적으로는 4명을 꽉 채웠을 때가 제일 흐뭇하다.



클래스를 진행하는 관점에서 보면 4명은 조금 버거울 때가 있다. 특히 4명이 모두 다른 그룹에서 왔다면. 4명을 모두 각각 신경 써줘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편이다. 물론 4명이라도 한 그룹이면 좋다. 가령 친구 넷이 온다면 호스트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조합이다. 자기들끼리 잘 놀기 때문이다.



2년간 경험으로 보면, 돈 생각 조금 덜 한다면 제일 좋은 케이스는 커플 2명이 오는 것이다. 그들은 일단 얼굴만 봐도 좋다. 꿀이 떨어지니 클래스의 몰입도도 높다. 달달한 분위기에 호스트도 절로 흥이 난다. 20여년 전 아내와 연애할 때도 생각나게 해 준다.



자린과 에린은 대학에서 만난 젊은 커플이다. 이름도 남매같다. 미국 사람인데 남자친구인 자린이 우리 나라에서 근무중이고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보러 와서 틈틈히 한국을 여행중이다. 둘 다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쿠킹 클래스를 예약했다고 한다. 기특하다.



자린은 호기심이 많고 뭐든 해 보려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때로는 의욕이 넘쳐서 과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에린은 차분하고 침착하다. 요리할 때도 그랬다. 에린의 누나 같은 인상이었다. 실제로도 그렇단다. 때로 막(!) 나가는 자린을 잘 제어해 주는 것은 에린의 몫이란다. 성격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었다. 듣고 보니 우리 부부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서로 비슷한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크게 웃었다.



우리 나라에는 관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얼굴이 다 나타난다고 믿는데, 외국인한테도 적용될지는 모르겠으나 너희 둘 커플을 보니 왕이 될 상인지는 모르겠고, 오래 갈 상이라고 덕담을 해줬다.



요리는 늘 같은 걸 한다. 나는 가끔 지겨울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또 먹게 된다. 한식의 힘은 아닐 것이고 늘 먹던 음식의 힘이다. 자린과 에린의 리액션을 가득 감아 쿠킹 클래스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돈도 조금 벌었는데 '내 쿠킹 클래스가 이랬어?' 할 만한 역대급 리뷰도 덤으로 생겼다.



- 자린의 리뷰


“My girlfriend Erin and I have worked and travelled to more than 20 different countries around the world and we've never experienced anything like what Hogan and his wonderful family shared with us. Bottom line up front: if you're looking for an amazing Airbnb experience learning how to cook Korean food from scratch, book immediately. Hogan and his family invited us into their home and over omija tea, oriented us to the delicious menu we would all cook that afternoon. Over the course of two hours we prepared, cooked and ate a delicious meal of bulgogi, Korean pancakes, chapchae, rice, and various kimchi. They're both expert cooks in a wide variety of foods and I felt like I was learning something new every minute, be it food, cutting techniques, or life in Seoul. The food was amazing but what really made the experience was the incredible hospitality and friendship offered by the entire family. Hogan and his wife Seongok are so welcoming and you will immediately feel at home the moment you walk through their door. It was easily the best experience I've had in Seoul, even after living here for 6 months. Do yourself a favor and book this Airbnb experience. It's priceless and you'll never forge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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