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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an 02. 2019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인연은 계속된다.

에어비앤비 쿠킹 클래스를 찾아오는 외국 손님은 정말 다양하다. 국가, 성별, 직업, 나이뿐 아니라 심지어 성적 지향까지. 에어비앤비 트립을 시작하면서 아이들 영어 공부라도 좀 시켜볼까 했지만 그 꿈은 진작에 접은지 오래다. 성인인 손님들과 우리 아이들이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빠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 철학인 "교양있는 세계 시민"을 만드는 데 에어비앤비 트립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에게 겪어보지 않고 편견을 갖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그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친구가 되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없다. 말이나 글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만한 것이 있을 리 없다.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을 평균적으로 유형화해 보면 대략 이렇다.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문화에 관심 많은 20~40대 여성]

그런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애정을 갖고 더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나라로 입양된 사람들이다. 동정심 같은 건 아니고 적어도 뿌리를 찾아서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내와 나의 생각이다. 지난 2년간 우리집을 찾은 입양된 분들은 아나이스, 마이아, 오로레, 리네 총 4명인데, 모두 다 나에겐 특별한 손님이자 친구이지만 리네는 조금 더 특별한 친구다. 우리 나이로 치면 친구가 아니라 조카뻘이지만.



덴마크로 입양된 리네는 한양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한국 이름은 김수미이고 장성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수미라는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쓰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한 한기 공부하고 돌아갔는데, 우리집엔 지난 9월 1일에 왔다. 마침 손님이 리네 한 명밖에 없어서 더 밀도있는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와 음식에 대해 호기심도 많고 우리 나라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가고 싶어했다. 손님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면 나도 신이 나서 작두를 타듯 클래스를 진행한다. 세 시간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리네와의 시간도 그렇게 즐거웠다.




그리고 리네는 내 에어비앤비 트립 쿠킹 클래스의 가장 중요한 '두 번째 방문부터는 공짜'라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해 준 친구이기도 하다. (처음 왔을 때는 손님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친구이기 때문에 돈을 받지 않는다. 영어로는 이렇게 말해 준다. When you first open my door, you are my guest. But if you open my door again, you don't have to pay for it, because you're my friend.)



리네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 덴마크에 있는 절친이 한국 여행을 왔다. 덴마크에서 유명한 프로게이머의 여자친구인 잉그리드는 그렇게 우리집에 와서 나의 인친이 되었다. 그 게이머가 덴마크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게임을 모르는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우리집에 세 번째 온 친구는 일본의 아까네에 이어 리네가 두 번째다. 잉그리드가 왔을 때 리네에게 한양대에 있는 교환학생 친구들을 데리고 와라, 내가 한국에 있는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대접해주마 했다. 그래서 리네가 데리온 친구는 독일의 노라, 미국의 조, 네덜란드의 믹과 레이니어였다.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은 한국이 뭐가 좋은지 한국에서의 생활이 아주 즐겁고 만족스럽다 했다. 식당에서 한국 음식은 많이 먹었지만 한식 만드는 걸 배우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물론 이들에게도 이름 새긴 젓가락 선물을 했고 당연히 돈은 받지 않았다. 가난한(?) 유학생들에게 자칭 한국음식 대사로서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됐고, 내가 베푼 작은 선행이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됐다. 그 기운을 받아 그들이 다른 누군가를 댓가 없이 돕고 또 그들의 도움을 받은 누군가가 또 도움을 나누고, 그 마음이 돌고 돌아 나나 우리 가족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좋은 친구들은 데리고 와 준 리네에게 감사할 일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선한 사람이 그래도 많기 때문이라고. 에어비앤비로 소소하게 돈을 벌기도 하지만 정말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작은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료비를 따로 안 받아도 적자가 날 수도 있지만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다. 아내의 생각도 나와 똑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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