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과시적 소비, 케이스티파이 국중박 케이스

by 오궁

아이폰 15 프로를 새제품으로 사면서

이왕이면 이 폰에 어울릴 케이스를 사야겠다고 싶어

일반적인 제품의 몇 배나 하는

케이스티파이를 영입했다.

충격에 워낙 강하기로 이름이 났지만

그것보다는 나도 젊은이들처럼

이른바 간지나는 아이템을 갖고 싶었다.

이런 자들을 영포티라며 더러 조롱을 하더라만,

그러거나 말거나…


케이스티파이를 살 때 가장 큰 문제는

핸드폰 기종에 맞는 케이스 종류를 정하고 나면

디자인 지옥에 빠진다는 것.

본인의 확고한 취향이 없다면

스크롤 하느라 밤을 새야 할 정도로

수천 가지의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카메라 테두리에 적혀 있는

Casetify 로고 두 개만 필요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


고심끝에 고른 제품은

네델란드 일러스트레이터 Tina van Dijk의 고래 그림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림이라 마음에 들었고

들고 다니는 내내 좋았다.


그런데 물건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닳고 상하기 마련.

2.5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핸드폰을 지켜줄 거라던 제품은

2년 반 동안 정말 나의 소중한 아이폰을 잘 지켜주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지키지 못했다.


테두리 부분의 실리콘? 고무?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벌어지게 되어서 더이상 제 성능을 발휘하기 못할 지경이 되었다.

83,000원에 산 제품이 대략 30개월 동안

150만원 넘는 제품을 지켰으면 제 할일 다 한 셈이지.

심심한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나는 기회는 이때다 하는 마음으로

새제품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또다시 디자인 스크롤 지옥에 빠졌다가

이틀만에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한 제품을 발견했다.


그냥 프린트가 아니라

검은색 바탕에 자개 무늬를 양각해서

오돌토돌한 질감까지 살린 멋스러운 놈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마치 한옥집 안방 자개장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으로.


어떤 물건이 내 것이 되려면 한 눈에 반해야 하는데,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서

제품명을 보니 NMK라고 적혀 있더라.

NMK가 작가이름인가 하고 다시 들여다 보니

제품 아래쪽에 National Museum of Korea!!!!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국!중!박!


바로 주문 버튼을 누르고 현기증 나게 기다렸다.

국중박 협업제품이지만 해외직구라서

통관까지 마쳐야 들어올 수 있는 것…


주문한 지 일주일만에 받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 하며

잘 쓰고 있다.


그런데 누가 디자인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마다 다 예쁘다고 할 정도로

실물이 깡패다.


내가 요즘 주변 사람들한테 종종,

“나이 먹을수록 뭘 사고 싶은 마음,

뭐 이를 테면 물욕 같은 것이 자꾸 없어지고

사물의 겉모습보다 기능적 본질에 집중하게 되네요.”라고 했었다.


참고로,

겉모습의 디자인보다는

2.5미터에서 떨어트려도 핸드폰이 안전하게 보호되는

본질적 기능성이 더더욱 훌륭한 이 제품의 가격은

7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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