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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 위의 우주

by 오궁

내 마음이 또 움찔하다

검은색 위로 빨간색 범벅이 된

하얀 A4 용지 위에 쿵하고 내려 앉았다.


지금부터 여기가 너의 우주다.


아무렇지 않은 듯

네와 넵을 지루하지 않게 구사하며

머리를 주억거렸지만

A4 용지 위의 우주에 앉은

마음은 그 반대다.


이 보잘 것 없는 종이 한 장이

우주가 된 순간

그 마음을 붙잡으려 애써 본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주에서 지구로 미리 내려온 자는

술 한 잔 하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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