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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Nov 13. 2020

환경 보호의 아이러니, 텀블러

물건이 무슨 궁극의 만족을 주겠냐만
그래도 물건 때문에
소소한 기쁨도 얻는 게 사람이다.
전반적으로 물욕이 크지 않다고
자부하지만
(아내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애착을 갖는 물건의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텀블러다.

되도록이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겠다며 텀블러에 관심을 갖고 자주 쓰는 편이다.
점심 먹으러 나갈 때도 웬만하면 챙겨간다. 식후 커피가 거의 공식처럼 되어 있으니 내가 텀블러를 들고 나가면 최소한 일회용품 하나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텀블러를 끼고 살게 되고 자주 쓰는 물건이니만큼 좋은 걸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몇 개를 쓰다 보니 텀블러에 대한 기준도 생기는데,
보온력이 좋을 것,
뚜껑이 튼튼할 것,
음료가 흘러나오는 부분에 턱이 없을 것,
그립감이 좋을 것,
휴대하기 편할 것,
깨끗하게 씻을 수 있을 것,
디지인과 색이 예쁠 것 정도이다.

물론 이런 조건을 100% 만족하는 걸 찾기는 쉽지 않다.
이것저것 재다가 텀블러가 늘어나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텀블러 성애자(!)처럼 보이게 되었다.
(몇 개나 들고 있냐고 묻지는 말자.)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갖게 된 물건이 너무 많아져 외려 환경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나의 텀블러 사랑을 눈여겨 보고 계신 어떤 분이 또 텀블러를 선물해 주셨다. 누군가의 관심사를 지켜보고 있다가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걸 챙겨준다는 건 웬만한 관심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두 개나 주셔서 덥석 받아들었다.
안 그래도 벗겨진 머리가 더 빛나게 될  것 같지만, 환경에 해가 되지 않도록 활용법은 잘 고민해 볼 작정이다.

그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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