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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un 16. 2021

페북과 인스타를 쉬었더니...

우선 결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글은 회사원의 이야기이다.

나는 여러 SNS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매체는 페북과 인스타였다. 상대적으로 블로그와 브런치는 좀 소홀했었고 유튜브는 그냥 저냥 유지를 하는 수준이었다.


가장 활발하던 두 매체의 특징은 오프라인 지인이 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회사 사람들이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블로그나 브런치와 달리 페북과 인스타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지인들은 내가 올리는 글에 반응이 좋았고 오프라인에서 어쩌다 만났을 때 자연스러운 화제가 되기도 해서였다.


그러다 지금 2주째 페북과 인스타를 쉬고 있다. 대신 다시 블로그와 브런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익명에 숨고 있는 셈이다.


회사 사람들은(아마도 나 자신을 포함해서) 어떤 동료가 골프를 싱글 수준으로 치면 박수를 친다. 부러워한다. 어떤 직원이 밤마다 술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맥을 넓히면 잘 한다고 한다. 그의 인맥에 얹혀가고 싶은 마음도 슬쩍 내비치면서. 하지만 골프 싱글을 치거나 마당발인 그들에게 회사 업무를 싱글 치는 열정이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노력만큼 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회사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것 같다.


골프로 싫고 술 자리도 싫은 사람이 있다. 대신 남들이 그거 하는 시간에 사생활을 즐긴다. 취미를 즐기며 준전문가 수준으로 활동한다. 그걸 SNS에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는 그 일을 하면서 얻은 에너지로 회사 일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에게 회사 일도 그 취미 하는 열정으로 하기를 기대한다. 회사 일 안 하고 그런 데다 정신이나 파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 사생활에서도 회사에 몰입하기를 기대한다.


페북과 인스타를 쉬고 있는 이유는 회사 일은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그런 부당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이다. 회사 밖 개인적인 취미활동의 결과를 SNS에 공유했더니 좋다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 올리나 안 올리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은 계속 할 것이고 한 줌 안 되는 그들의 응원 없이도 나는 잘 살 것인데 굳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가면서까지 그럴 이유가 있나 싶어 아무 포스팅도 하지 않았더니.....


왜 최근에 포스팅이 뜸하냐고 묻는 사람 없다. 그리고 페북이나 인스타에 뭐 올릴지 고민하는 시간도 사라졌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취미를 온전히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참에 한 번 얼마나 오래 포스팅을 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직장생활 참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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