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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Dec 18. 2018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트 이야기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 되다

한식 쿠킹 클래스로 에어비앤비 트립 호스팅을 하면서 내가 손님들한테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이 클래스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가 친구가 되기 위해서 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우리집 문을 처음 열 때는

손님이지만,

두 번째부터는 

친구입니다.

다음 번에 우리집에 올 때는

예약을 하지 말고 그냥 오시면 됩니다.


실제로 그렇다. 150명 넘는 손님 중에 우리집에 두 번 이상 온 손님은 6명 정도 되는데, 두 번째는 돈을 받지 않고 친구로서 대접했다.


유쾌한 세 자매중 막내인 마리테스는 언니 둘과 함께 우리집에 손님으로 왔다. 그룹의 수가 적을수록 클래스의 분위기가 좋다. 그들끼리 친하기 때문이다. 세 자매의 우애는 좋았고, 쿠킹클래스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파티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합이 잘 맞는 손님들이 있다. 그들이 떠나면서 마리테스가 남편과 함께 꼭 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 보통 그런 말은 실현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국에 두 번씩이나 오다니.


6개월 정도 후에 부부가 추수감사절 기념으로 우리나라로 여행을 왔다. 안 그래도 되는데 예약까지 했다. 4명까지 예약을 받을 수 있지만 나는 예약을 닫고 그들을 위한 클래스를 준비했다. 메뉴도 더 추가했다.


빌은 집에서 전혀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집. 여기선 남자가 요리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평소와는 다른 그들을 위한 특별한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었고, 남편 빌이 열심히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본 마리테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무슨 고전 소설의 한 장면 같지만 사실이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이다. 나도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그들도 우리 가족을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정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감정이 아니라는 걸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느낀다. 

4시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은 나의 형과 누나가 되었다. 필리핀에도 가족이 생겼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오늘 아침에 디에치엘에서 문자를 받았는데 소포가 하나 온단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서 우리 가족에서 마리테스가 선물을 보내주었다. 요리를 하는 우리 부부를 위해서 샐러드 주걱을, 아이들을 위해서 열쇠고리 인형을 보냈다. 선물의 감동은 가격이나 크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울 뻔 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잘 울고 잘 감동한다. 


사실 에어비앤비 클래스르 하면 힘들다.

아내와 내가 4시간 이상을 긴장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 

어떤 때는 멘트도 꼬이고 원래 잘 했던 말이 술술 안 나오기도 한다. 

손님이 가고 나서 정리를 다 하고 나면 둘은 녹초가 된다. 그래서 가끔 토요일 4시경에 낮잠도 잔다.

이거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정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데,

재료값과 우리 부부의 인건비로 적자를 보면 어떤가. 이미 액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얻었는데.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천천히 내 삶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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