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아침잠이 많아서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쪽잠을 자야 하는 사람은 늦게 일어나도 된다.
평상시 회사에 도착했을 시간보다 10분 정도 전에만 일어나도 충분하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챙겨 입는 시간은 다 잠에 투자할 수 있다.
당연히 퇴근도 1분이면 끝난다. 재택근무를 하던 방에서 슝 하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진정한 칼퇴근이 가능하다. 회사에서는 제아무리 칼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동료들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눈치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휴가가 아니라 근무중인데 점심에 집밥을 먹을 수 있다. 집밥이 늘 진리인 것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오늘 점심 뭐 먹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있는 거 먹던 거 먹으면 되니까 신경 쓸 일이 없다.
그 정도만 해도 재택근무의 장점은 충분하다. 회사 피씨가 클라우드가 되면서 어디든 인터넷 접속이 되는 곳에서는 회사 업무 환경이 거의 100% 구현된다. 당연히 사내 메신저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전화는 핸드폰을 쓰면 된다. 그러니 대체로 혼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을 때는 재택근무가 괜찮다. 차분하게 리서치를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경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방해도 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누구나 상사가 내 눈앞에 없는 것이 좋다. 한 번이라도 눈에 덜 띄면 두 번 부를 걸 한 번 부르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도 상사는 불편하다. 직급이 아무리 많이 올라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너가 아닌 이상 갑 위에는 언제나 또 다른 갑이 존재하니까. 그런 이유로 팀원들은 재택이 편할 것이다. 대면하지 않고 보고서를 팀장에게 올리고 팀장이 충분히 검토한 뒤 피드백을 주리라고 기대한다. 얼굴 보면서 직접 알려주기 힘드니 성격 급한 팀장은 더러 그 보고서를 바로 고쳐주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중간 관리자인 팀장의 입장에서 보면 재택이 늘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첨삭을 해주고 싶은데 메신저 아니면 전화를 해서 알려줘야 했다. 보고서를 같이 보고 있지 못하니 내용을 수정해야 할 위치와 바꿔야 할 문구를 말로 알려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무실에 있었더라면 마주 앉아서 출력한 보고서 위에 펜으로 슥삭하면서 손쉽게 피드백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피드백을 주는 팀장도 받는 팀원도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었겠으나 온라인 너머 우리는 발화되지 않으면 어느 것도 분명히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없었다.
재택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재택을 줄이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특히 멘토링을 통한 직원의 육성이 중요한 기업은 재택근무 활성화 이후 직원들 역량이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한다.
회사 일이라는 것이 퍼즐처럼 분명한 단면으로 잘린 조각들을 잘 끼워 맞추기만 한다고 잘 되면 좋겠지만 일이라는 것은 맡은 사람의 경계가 뚜렷할 때도 있고 때로는 그 경계가 모호해서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부득이하게 재택을 하고 있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나 복지 차원에서도 재택의 장점이 분명해서 미래의 업무 방식은 예전으로 그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끼면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회사 생활의 일부가 아닌가.
가상, 온라인, 화상, 웹 같은 말들이 자리를 넓혀가는 요즘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대면의 편안함을 스킨십의 따스함을 잊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