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궁 Dec 26. 2021

소박했던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연말 즈음이니 거기에 맞게 분위기에 편승해 본다.

고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의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 대신에 친구들이 반갑다.

코로나 시국이라

누구를 불러 왁자하게 차려 먹을 일도 없고 해서

아내와 둘이 소박하게 주말을 기념했다.


문어는 바다사나이 장인어른이 두 마리 보내주셨다.

여기서도 싱싱한 해산물 사먹을 수 있지만

굳이 물류시스템을 타고 하루 걸린

문어에는 장인어른의 사랑이 담겨 있다.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얇게 저며서 초장이나 기름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둘 만의 파티도 파티니까 손을 조금 더했다.

양파는 아주 잘게 채썰었다.

오이는 긴쪽으로 반을 가른 다음

얇게 어슷썰었다.

채소는 그것뿐이라 귤을 조금 더했다.

올리브유, 소금, 다진마늘,

식초, 후추, 레몬즙으로

간을 해서 잘 섞었다.


파스타를 얼마만에 했는지 모르겠다.

한 때 거의 미친듯이 파스타를 탐구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도 밖에서도 잘 먹지 않게 되었다.

라면보다는 이게 낫지 싶어 오랜만에 파스타를 했다.

시판 소스를 썼더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올리브유 베이스로 할 걸 그랬다.


아내는 좋아하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비웠고

술을 못 마시는 나는 스파클링 워터를 한 병 비웠다.

둘만의 파티가 끝나갈 때쯤

아이들이 상기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네 가족이 다 모여 케익을 나누고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며 잠 못 드는

그런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대반동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