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질이 본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2. 이왕 하는 거라면 소비보다는 생산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자.
첫 번째 원칙은 대체로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급여를 주는 회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신 퇴근 후에는 회사원으로서의 스위치는 완벽하게 끄려고 애쓴다. 집에서까지 회사일 걱정하는 건 정신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두 번째 원칙을 잘 이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펼쳐 놓은 전선이 많아서인지 아직은 만족할 만한 생산자로서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그 수준에 가까이 닿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숫자로 나타나는 지표에서 어떤 분절적 단위들은 선형이 아니라 계단처럼 내가 어떤 위치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개 취미 활동의 생산이라는 것은 SNS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의 컨텐츠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의 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등이 내가 갖고 있는 채널인데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지만 또 제법 한다는 사람들이 보면 전부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어쨌든, 최근에 좀 공을 들이는 매체는 브런치이다. 올해는 다른 것보다 여행기와 요리 에세이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브런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브런치가 다른 매체에 비해서 비교적 호흡이 긴 글을 쓰고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SNS이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사람들은 이미 상업적으로 변질된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브런치에서 인정받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구독자 늘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메인에 걸려야 겨우겨우 조금씩 늘어날 뿐 평소에는 거의 반응이 없다고 보면 된다. 글 좋아하는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내가 올린 글들이 연달아 다음에 소개되면서 지지부진하던 브런치 구독자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드디어 1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 유튜브 구독자의 60~70분의 1, 페이스북 친구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글 좋아하는 사람들의 100명은 나에겐 작은 숫자가 아니다.
취미 활동이 기본적으로는 나 즐겁자고 하는 일이라 남의 평가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연연한다....--;) 10, 100, 1000과 같이 단위가 바뀌는 숫자를 마주하면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도 있지만 이 활동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그 꾸준함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취미활동을 즐기는 경지로 이끌게 될 것임을 믿는다.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의 '좋아요'도 비슷하다. '저는 좋아요 숫자 신경 안 써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그런 게 어딨냐? 좋아요 받으면 기분 좋은 게 인지상정이고, 정말 신경 안 쓸 글이면 일기장에 쓰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