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영화를 찾다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떤 영화들보다도.
누군가 내 사랑을 영화로 만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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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꽤 보았다고 생각한다
영화광들처럼 보지는 않았으나, 유명한 작품들부터, 마이너한 영화까지, 넷플릭스에서, 티브이에서, 극장에서 보았다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들이 많았으나, 나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것들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마치, 예술 작품처럼
그러나 이번에 본 것은 달랐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애절하게 담았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토노와, 첫사랑인 아카리, 짝사랑을 하는 스미다(카나에), 마지막 연인인 미즈노
전에 애니메이션을 보았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마치 처음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보다 보니 애니를 영화한 것인데도, 고증이 정말 잘 되었다
뒤 내용은 스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회사원인 토노와, 미즈노는 연인 비슷한 사이이다.
미즈노는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인 토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좋아하지만, 그는 무엇인가 다른 생각에 늘 빠져 있다
미즈노는 그런 그를 이해하는 동시에,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해한다
——
토노는, 초등학교 시절 아카리를 좋아했다
성인이 되고, 30이 될 때까지 쭉.
그에게 인생은 아카리와의 시간이 전부였다
전학생이라는 공통의 연대가 있는 그들에게 친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둘의 공통분모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는데, 한 명은 문학을, 한 명은 과학을 좋아한다
둘은 자신들의 주제를 공유하며 더 가까워진다
졸업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졸업 후 같은 중학교를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아카리가 전학을 간다
그들은 몸은 멀어져도, 편지를 주고받는다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과, 우주에 대한 주제가 그 둘을 언제나 이어주는 가교가 된다
——
이야기는 고등학교로 넘어온다
가고시마로 전학 온, 고등학생 토노는 아카리와 편지를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것일까?
늘 자신의 휴대폰에 무언가를 적는다
편지일 수도 있고, 일기일 수도 있다
도쿄에서 전학 온 그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다
스미다, 궁도 담당 선생의 동생이다
특이한 분위기의 토노에게 빠져서, 늘 같이 하교하며, 그를 기다리고는 한다
그녀는 서핑을 하는데, 늘 실패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토노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듯이
스미다가 늘 기다리기에 둘은 대부분같이 돌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스미다는 파도를 타는데 성공한다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날이다
그녀는 자신감을 얻고, 어떻게 고백하면 좋을지 친구에게 조언을 받아서, 그대로 실행한다
노래방에 가고, 각자의 스쿠터를 타고 늘 가던 편의점을 간다
고백을 하려던 그 순간
그녀는 멈칫한다
무언가를 깨달았을까?
하려던 말을 다시 집어삼킨다
돌아가려 하는데 스쿠터가 고장 난다
그래서 둘은 걸어서 집에 가기로 한다
그녀는 걷다가, 울음이 터진다
무언가를 깨달아 버린 듯이
토노는 그녀가 멈췄기에 뒤를 돌아보지만, 로켓이 발사되는 소리에, 다시 앞을 본다
그녀는 로켓이 상층권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운다.
토노는 그 로켓을 끝까지 본다
집으로 다시 출발하고, 둘은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그 둘의 운명처럼.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미즈노는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자,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토노는, 또 한 명의 여성을 떠나보낸다
자신의 직장과 함께
그는 전 상사의 도움으로 천문대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래머가 된다
그의 생각 한편에는 늘 우주가 있었다
그러다 과거를 생각한다
아카리와 함께 보냈던 초등학생의 순간들
그는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벚꽃이 내릴 때에, 열차의 건널목에서, 다시 토노와 벚꽃을 보고 싶다는 말을 잊지 못한다
그녀가 말해준 초속 5센티미터의 속도로 떨어지는 벚꽃도 있지 못한다
같이 별을 보며,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봤던 순간도, 늘 아카리가 함께했다
이야기는 중학교 끝자락, 가고시마로 전학 가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다
그는 아카리에게 편지를 해서 전학 가기 전, 이와후네로 한번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둘은 저녁 7시에 보기로 약속한다
그날은 눈이 내렸다, 펑펑, 아주 많이
열차가 지연됐다
시간이 지나간다
눈으로 인해서 지연이 반복된다
도착한 시간은 7시가 아닌 12시에 가깝다
돌아갔을 것만 같았던 아카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그곳에서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밥도 먹는다
그리고, 벚나무를 보러 간다
벚꽃은 없지만, 눈이 내린다
벚꽃과 같은 초속 5센티미터로.
둘은 나무 앞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말로는 하지 않았으나 전달되었을까?
아침까지 같이 플랫폼에 있다가 토노가 돌아가려고 한다
둘은 서로에게 주고자 했던 편지를 전하지 못한다
서로의 마음이 적혀진 그것을
현재로 돌아온다
둘은 약속했다
1991ev 소행성이 충돌하기로 했던 날, 2009년 3월 그들은 다시 그 벚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 토노는 그곳으로 향한다
마침내 약속시간 전에 도착한 그곳은, 또 눈이 펑펑내린다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오지 않는다
다음날 그는 상사에게 그 일에 대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한다
그녀와 한 번 더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수일이 지나고, 그는 전 연인인 미즈노에게 사과를 하러 간다
자신이 못 했던 점들과,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들을 고백한다
그녀는 사과를 받아들인다
(마음을 돌리기에)늦지 않았을지도?라는 말을 첨언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벚꽃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초속 5센티미터로.
건널목을 건너는데, 그녀가 지나간다
아카리가.
돌아보려는 순간 차단봉이 내려오고, 전철이 지나간다
긴 시간 동안
기다려보니, 그녀는 없다
그걸 한참 바라보다가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요네즈 켄시의 1991 노래가 울려 퍼진다
텅 빈, 벚꽃이 날리는 건널목이 오랫동안 찍히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내 사랑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저런 식으로 나는 사랑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감정 이입이 잘 되었다
남자는 사랑을 한다
오랫동안 한 여성만을.
늘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누군가를, 또는 우주를
남자는 과거에 갇혀있었다
그녀를 만나야만 해방되는 감옥에 그는 자신을 얽매고 있었다
끝에 그녀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의 전언으로 과거를 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멈췄던 시간이 흐르듯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원작과는 다소 다른 내용이 있으나, 줄거리 자체에 큰 변화는 없다
고증이 정말 미쳤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장면을 어떻게 현실에서 찍은 것일지, 역시 일본이다 싶었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고, 눈이 벚꽃처럼 내린다
그 둘은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아주 큰 주제이다
남자는 “순애”를 한다
어릴 적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늘 먼저 다가간다
둘에게 서로의 존재는 큰 의미였다
나는 여자가 남자만큼 다가오지 않는 것에는 큰 아쉬움을 느꼈다
사랑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른 걸까.
생각했다
끝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더라도, 둘은 자신들의 길을 나아간다
같이 가지 못하더라도, 서로가 있었기에 더 나은 존재가 되어서
결말이 좋다고는 못하겠으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반 작품들의 특징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너의 이름은 이전 작품들은 남, 여주인공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네임드 배우들도 다수 출연했으며 초등학교, 고등학교, 직장인인 인물들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봄과 싱그러움, 여름과 청춘, 겨울과 고요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와, 일본의 감성이 느껴지는 여러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다시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년, 벚꽃이 피는 봄에 다시 일본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음악과 정적은 긴 영화가 늘어지지 않게 만들어준다
눈 올 때의 그 조용함을, 봄을 앞둔 시점에 보자니, 언제 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요네즈 켄시의 1991이라는 음악이 나오는데, 꼭 끝까지 다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의 완성은 이 음악이다
그냥 들어도 좋은데, 영화의 서사와, 가수의 인생까지 알고 보면 정말 좋은 곡이다
나에게 있어서 인생 처음 별 5점 영화다
내 이야기같은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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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랑을 놓치지 않기를
바보같이 보내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