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진이 빠진 유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며칠을 침대에 누워 지냈다.
4일째 되는 날, 유리는 드디어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몇 개 봤다. 영상 중간중간 뜨는 광고도 전부 봤다.
광고 중에 '배달 아르바이트' 광고가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보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같은 광고를 보다 보니,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면접도 없고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돈도 주급으로 준다. 당장 한 푼이 급한 유리에게 꽤나 괜찮은 아르바이트처럼 여겨졌다.
'한 번 해볼까?'
유리는 다시 배달 아르바이트 광고가 뜨길 기다리며 영상을 몇 개 더 봤다. 그리고 드디어 배달 아르바이트 광고가 떴다.
유리는 배달광고 아르바이트를 눌렀다. 그러자 앱 설치 화면이 나타났다.
유리는 흐름대로 앱을 설치하고 배달원 등록 페이지로 넘어갔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갖고 있는 이동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유리는 살짝 멈칫했다. 아직 면허가 없었기에 최소한 자전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유리에게는 '도보'라는 선택지뿐이다.
'도보는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잠시 고민에 빠졌던 유리는 '도보'를 누르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것저것 앱에서 시키는 것들을 입력하고 배달원 등록이 완료되었다.
잠시 후 배달 콜이 떴다.
"으악!"
며칠째 씻지 않은 모습으로 밖을 나갈 수는 없는데 바로 콜이 뜨다니. 유리가 놀라 비명을 지르는 사이, 콜이 사라졌다. 유리는 안도했다.
'일단 좀 씻어야겠어.'
오랜만에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개운하다'
잠시 후 씻고 나온 유리는 머리를 말리며 생각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몸을 씻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졌다. 신기한 일이다.
몸을 닦고 외출 준비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앱을 켰다.
잠시 후, 새로운 배달 콜이 떴다. 마침 집 근처 가게에서 출발해 조금 떨어진 집으로 가는 배달이다.
유리는 재빨리 콜을 잡고는 가게로 갔다.
"아직 1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왔어요?"
"근처에 있었어요."
가게 사장님의 질문에 유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만에 해보는 대화인가.'
이 사소한 대화조차 유리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유리는 식사하시는 손님들에게 방해되지 않기 위해 가게 밖에서 대기했다.
잠시 후 배달음식이 완성되었다.
"잘 부탁해요."
"넵!"
씩씩하게 대답한 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열심히 걸어 첫배달을 완료했다.
유리는 여러 곳으로 배달을 다녔다. 아파트에도 배달을 가고, 골목 구석진 집에도 배달을 가고, 계단이 많은 5층 집에도 배달을 가고, 고시원에도 배달을 갔다.
그렇게 하나, 둘. 배달 횟수가 늘어났다.
배달 횟수가 늘어나며, 유리의 마음에도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배달을 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걸으며 얼굴에 닿는 바깥바람의 촉감과 서늘한 온도가 기분이 좋다.
가게에 들를 때마다 심심찮게 들리는 캐럴 소리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유리의 마음도 괜스레 들떴다.
대부분 문 앞 배달이었지만, 가끔 손님에게 듣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도 유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배달이 없어 길가에 쪼그려 앉아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좋았다.
바삐 걷는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부부, 산책을 나와 발걸음이 가벼운 강아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걸어가는 학생들.
작은 방 안에서 단절된 채로 4일을 보낸 유리에게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