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창문으로 찬공기와 함께 따스한 햇살이 들어왔다.
'으, 으으....'
평소라면 등을 돌리고 좀 더 잤을 텐데, 오늘은 떠지지 않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유리는 이사를 위해 침구를 정리해 이사박스에 집어넣었다. 이사 박스가 하나 더 완성되었다.
그리고 허전한 공간을 지나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후, 화장품을 바르고 머리를 말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샤워 용품들은 머리를 말린 수건으로 대충 닦아 새 이사박스에 넣었다. 뒤이어 화장품과 입은 속옷과 옷들을 넣었다. 마지막 이사 박스가 완성되었다.
'후아.'
유리가 양손으로 허리를 받치며 허리를 젖혔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났다.
'딩동.'
'아직 가스검침이나 이삿짐센터가 올 시간이 아닌데?'
유리가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안녕~?"
문 밖에는 공장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유리는 깜짝 놀라 소리 지르듯이 말했다.
"어떻게 알고 왔긴. 네가 분홍 조끼 아가씨한테 얘기했었잖아."
초록 조끼 이모가 말씀하셨고, 옆에서 분홍조끼 언니가 생글생글 웃는다. 그리고 반장님께서 덧붙이셨다.
"날짜는 네가 분홍조끼 아가씨한테 말해서 알았고, 여기 집 주소는 이력서에서 보고 왔지!"
"마침 이사 날짜가 우리 쉬는 일요일이어서 왔고."
마지막으로 보라 조끼 이모님께서 말씀하셨다.
"일단 들어오셔요."
유리는 일단 벙벙한 기분으로 사람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공장 사람들은 우르르 집으로 들어오며 둘러봤다. 현관 옆에는 이사 박스가 쌓여있고, 테이블 하나를 제외하고는 온 집이 휑하다.
"짐은 벌써 다 싸뒀네?"
"네! 공장에서 배운 정리 기술로 차곡차곡 넣었지요!"
유리가 '일하는 여성 포스터' 속의 여자처럼 오른쪽 팔을 'ㄴ' 모양으로 접고, 왼쪽 팔로 오른쪽 팔뚝을 잡는 자세를 취했다.
공장 사람들은 깔깔 웃기도 하고 엄지를 치켜들며 대단하다 말해주기도 했다.
그때, 또 한 번 벨이 울렸다.
'띵동.'
이번에는 가스비를 정산하실 기사님이시다. 가스비 점검이 끝나고, 기사님께 방금 쓴 가스비까지 결제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유리는 전화로 전기세 정산도 마쳤다.
"그래, 이사 갈 집은 어때? 지금 집 보다 큰가?"
"집은 작아요."
보라 조끼 이모의 질문에 유리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멋쩍게 대답했다.
"그래도 새 집 들어가니까 좋지?"
"네, 네."
반장님께서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다른 질문을 했고, 유리는 또 단답으로 대답했다. 이사는 나가지만, 전세금 문제가 남아있기에 속이 갑갑한 탓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유리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이삿짐센터가 올 시간이 되었다.
'딩동.'
"이삿짐센터입니다."
"여기 테이블 하나 빼고 전부 옮겨주시면 되요."
이삿짐센터 사람이 딱 한 명 밖에 오지 않은 것과 아까 이삿짐 박스의 양을 본 공장 사람들이 눈치껏 이삿짐 박스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근데 테이블은 왜 두고 가는겨? 멀쩡해 보이던데."
"사정이 있어서요."
보라 조끼 이모님께서 이사 박스를 옮기며 물어보셨고 유리는 얼버무렸다. 괜한 걱정을 퍼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의 마음을 헤아려주셨는지, 초록 조끼 이모님께서 화제를 돌리셨다.
"이사할 집이 여기서 많이 멀어?"
"차로 10분 정도 걸려요."
"거리가 조금 있네?"
유리의 말에 근처에 있던 공장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이사 갈 집 주소를 받았다.
"이따 보자고."
10분 후, 유리와 이삿짐센터가 먼저 도착했다. 이삿짐센터 사장님은 집 안에 짐을 넣어주시고 입금을 받으신 후 형식적인 멘트를 해주시고 바로 다음 이사를 위해 이동하셨다.
"이사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받을 이사는 아닌 것 같은데.'
겉으로는 감사하다 대답했지만 속으로 축하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유리였다.
이삿짐센터를 보내드리고 쌓인 박스들을 본 유리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정리하지....'
유리가 멍하게 이사 박스를 바라보는 사이, 공장 사람들이 도착했다.
"우리 왔어! 안 늦었지?"
아까도 느낀 거였지만, 이번에도 공장 사람들이 집에 들어오자, 집 안이 북적북적하다.
"자자, 일단 박스들부터 다 까보자."
박스들을 깐 공장 사람들은 유리에게 물어가며 일사불란하게 박스들의 위치를 옮겼다.
"일단 이거는 화장실 먼저 가서 정리해 놓고. 유리야, 옷은 어디쯤에 놓을 거니?"
"어.... 어어. 일단 아무 데나 놔둬주세요."
"어허이. 일단 잠자리 먼저 찾고 그다음에 옷자리를 찾아아죠."
옷 박스를 연 초록조끼 이모님의 질문에 유리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반장 이모님께서 짐을 풀 순서를 정리하셨다. 좁은 원룸을 둘러본 반장님은 바로 침구를 놓을 자리를 찾으셨다.
"잠자리는 여기밖에 없네."
반장님과 분홍조끼 언니가 잠자리를 깔자, 옷을 놓을 자리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식기는 내가 정리할게."
보라조끼 이모님께서 식기 정리를 담당해 주셨다.
유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공장 사람들은 마치 한 몸처럼 짐 정리를 신속하게 마쳤다.
정리가 끝나자 반장 이모님께서 허리춤에 손을 얹고 방 안을 둘러보며 전체 상황을 확인한 후에 말했다.
"자아, 짐 정리도 얼추 된 것 같고. 이제 이사 기념으로 자장면 말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쏜다!!"
"예에!"
사람들은 환호하며 유리를 챙겨 반장 이모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