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23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다음날, 유리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나가지 않았다. 내일이 바로 이삿날이었기 때문이다.


금전적 문제로 이삿짐센터는 짐 이동만 요청해 뒀다. 고로, 짐 싸기와 짐 나르기 그리고 해체는 모두 유리의 몫이다.


'어디서부터 짐을 싸야 하지?'


막막해진 유리는 집 안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집 한편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보였다.


'일단 저것들 먼저 정리하자.'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물건을 담을 상자가 없다.


'아무 준비도 없이 이삿짐을 싸려 했다니.'


유리는 부랴부랴 나가, 국민가게 다X소에서 큰 테이프와 이사 박스를 찾아냈다.


'몇 개나 사야 하려나....'


고민하던 유리는 조금 넉넉하게 사기로 마음먹었다. 곧 유리의 양 손목에는 큰 테이프 팔찌가 하나씩 걸렸고, 10개의 이사 박스가 유리에게 안겼다.


낑낑대며 집으로 온 유리는 침대에 드러누워 잠시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무거운 몸을 일으킨 유리는 이사 박스를 몇 개 접은 후, 공장에서 포장된 상품을 상자에 넣던 실력을 발휘해 아까 발견해 뒀던 물건들을 먼저 이사 박스에 담았다.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이렇게 쓰이다니.'


유리는 완성된 박스 하나를 보며 감탄했다.




박스가 하나 완성되자, 두 번째부터는 쉬웠다. 다음으로 물건이 많이 들어 있을 옷장을 열어본 유리의 눈에 계절이 맞지 않는 옷들이 먼저 보였다.


우선 계절별로 단프라 상자 하나씩을 써 상자 3개를 이용했다가, 얇은 여름옷들과 봄가을 옷들을 한 박스에 담아 2개의 박스가 추가로 완성되었다.


다시 옷장을 보니 속옷과 양말 그리고 겨울 옷들이 보인다.


잠시 고민하던 유리는 당장 오늘과 내일 입고 신을 속옷, 양말, 겨울 옷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사 박스에 담았다. 그렇게 박스 1개 반 분량이 채워졌다.


남은 반 분량에는 신발들을 채워 넣었다.


다음 박스에는 식기를 담기로 했다. 우선 냄비들을 넣은 후, 미리 준비해 둔 신문지로 식기들을 싸 차곡차곡 넣었다. 중간중간 키친타월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조리도구와 수저들을 넣어 또 넣어 네 번째 박스를 완성했다.


이런 식으로 유리는 집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이사 박스에 담아냈다.




그렇게 침구와 샤워도구, 화장품, 이틀 분량의 입을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스에 담겼다.


"휴, 다 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창문 밖을 바라보던 유리는 깜짝 놀랐다. 유리가 열심히 이삿짐을 싸는 사이, 밖이 칠흑처럼 까만 밤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알게 된 유리는, 그제야 여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꼬르르륵....'


동시에 유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미 모든 조리도구를 다 집어넣어 버린 유리는 할 수 없이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저녁을 때우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를, 다음날 아침을 때우기 위해 샌드위치와 우유를 샀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데우고 젓가락을 뗐다.


"잘 먹겠습니다!"


이사 준비를 얼추 마쳤다는 뿌듯함과 피곤한 몸으로 오늘의 첫끼이자 저녁을 때우는 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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