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by 무우지렁이

김소영 : 난 엄마랑 아빠 둘 다 차단했잖슴. 더이상 할 얘기가 있남?


정소영 :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인데... .


김소영 : 너도 진짜 말 심하게 하네. 낳아주고 키워만 주면 다 부모임? 내가 이렇게 망가진 거는 다 부모 탓임.


정소영 : 망가지다니 너는 또 말을 왜 그렇게 심하게 해?


김소영 : 정쏘 너는 지금도 맞고 있다고 했지? 나는 이제 맞지는 않음. 근데 나도 어릴 때는 감정 쓰레기통이었음. 엄마랑 아빠랑 기분 나쁘면 날 팼음. 어떤 날에는 부부 싸움 하고 열 받으니까, 둘이서 같이 날 패더라?


박소영 : 어머, 경찰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도움 요청은 해본 거야?


김소영 : 당연함. 살려달라고, 맞고 산다고. 동네 아줌마들한테 가서 맞아서 생긴 멍도 보여주고. 다 했는데, 소용없었음.


조소영 : 하긴, 우리 클 때는 남의 가정사에 관여하지 말자는 문화였긴 하지... .


김소영 : 맞음. 엄마랑 같이 목욕탕에 가면, 얼굴이랑 손과 발을 제외하고는 온통 멍이니까 사람들이 항상 쳐다봤는데 아무도 안 도와줬음. 심지어 그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이 더 가관임.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기분 좋지? 다 네가 잘못해서 맞은거야.' 라고 말하기도 했었음.


박소영 : 어머, 그 말씀은 너무 심하신데... . 아무리 네가 잘못해서 맞았다 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맞은 것 같아.


최소영 : 맞아. 어린 너를 때릴 데가 어딨다고... .


김소영 : 하지만 여기 맞고 산 사람 많잖슴? 아까 정쏘도 맞고 살았다 했고, 조쏘도 맞고 산 거로 아는데? 그런데도 엄마한테 잘하는 정쏘가 나는 이해가 안 됨. 여튼, 나는 엄마 아빠 그래서 용서 못 함.


최소영 : 야, 아무리 그래도 낳아주신 부모님을 차단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정소영 : 맞아, 맞아. 나도 김쏘 이해 안 돼.


최소영과 정소영의 말에 화가 난 김소영이 분노의 타이핑을 쳤다.


김소영 : 그러면 어쩌라고. 집에 있으니까 자꾸 패서 집 나왔더니, 본인들 힘들거나 싸우면 나한테 전화로 짜증내잖슴. 특히 맨날 하는 얘기가 나 때문이라잖슴. 어릴 때도 나 때문에 이혼 못 하고 산다더니, 지금도 엄마 아빠 이혼하면 나 결혼하는 데에 흠 잡힐까 봐 이혼 못 한다고 맨날 내 탓 하잔슴.


조소영 : 그 말씀도 맞긴 하네.


김소영 : 아님. 나는 그런 엄마 아빠 보고 결혼 생각 없는지 오래임. 그리고 내가 그 꼴 안 보려고 집도 나와서 고시원에서 개고생하고 있는데, 집 나와서도 집 문에 고생하라고? 싫음. 그럴 이유도 없슴.


조소영 : 김쏘가 좀 극단적이긴 한데, 듣고 보니 김쏘 어느 정도 이해는 되네. 근데 부모님 때문에 망했다는 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결혼이야 개인의 선택이잖아.


김소영 : 이제 와서 안 맞고 감정 쓰레기통으로 안 쓰인다고 괜찮아지는 게 아니잖슴. 지금도 조금만 놀라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뭔 일만 생기면 다 내 잘못 같고 그렇슴. 변명이지만 그래서 꾸준한 직장도 못 구하고 맨날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할 수밖에 없는 거잔슴.


정소영 : 아...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아까 심하게 말한 거 미안해... .


김소영 : 아님. 나도 잘한 거 없음. 나도 아까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함.


박소영 : 그래도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 보기 좋다.


친구들의 대화를 보고 있던 이소영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소영은 직장을 꾸준히 다니고는 있지만,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점과 모든 일이 다 내 잘못 같은 생각들에 항상 괴로웠다. 그런데 김소영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원인이 어린 시절의 가정 폭력에 기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조소영이 채팅을 쳤다.


조소영 : 나는 아주 차단까지는 아니어도 행동 양상에서 김쏘랑 약간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강소영 : 그럼 이제 조쏘 차례임?


조소영 : 응, 그런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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