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

by 무우지렁이

조소영 : 나는 어머니를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거리는 두고 있는 상태야.


이소영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소영의 질문에 조소영이 말했다.


조소영 :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안부 인사 정도만 드리고 있어. 어머니가 내게 화풀이를 하신 이유는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가 되지는 않고 있어.


이소영 : 이해는 했는데 용서는 못 한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 정말 이해한 것 맞아?


최소영 :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조금 다른 측면에서겠지만.


이소영과 조소영의 대화에 최소영이 조소영의 편을 들어주었다.


조소영 : 최쏘라도 날 좀 이해해 준다고 해서 다행이네. 난 이제 어머니의 사랑은 포기했어. 돌이켜보니 어릴 때는 생존과 연결되어 있어서 좀 더 어머니의 애정에 집착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알아. 절대 받을 수 없는 애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어머니의 사랑이 내 생존과 연관이 없다는 것도.


조소영의 씁쓸한 말에 이소영은 생각했다. '엄마를 차단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그리고 내가 엄마랑 연락을 완전 끊지는 못하는 이유가 아직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일까.' 고민하고 있는데 박소영의 채팅이 올라왔다.


박소영 : 슬픈 일이야. 부모님의 사랑은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것인데, 포기해야 했다니. 최쏘한테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최소영 : 정쏘랑 김쏘처럼 나도 맞고 컸어. 아버지가 술주정으로 어머니를 폭행하시면, 어머니는 나에게 매를 드셨지. 그러고는 늘 말씀하셨어. 내가 '어머니를 지켜드려야 했다.'고.


강소영 : 이건 또 무슨 말임? 어린 네가 어떻게 엄말 지켜드려?


최소영 :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어머니도 기대고 싶으셨던 것 같아. 그래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실 때, 내가 아버지를 막아서길 바라셨나 봐.


정소영 :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아이한테 어떻게 어른 노릇을 하라고... .


정소영의 말에 최소영이 피식 웃으며 채팅을 쳤다.


최소영 : 그렇게 따지면 너도 만만치 않긴 해. 되려 너는 정말 어른 노릇을 한 셈이고. 여튼, 가부장적으로 생각한다면 아버지께서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하신다면 남동생이 가장이 되어야 맞는데 날더러 가장이 되라 하시더라고.


강소영 : 완전 웃기네.ㅋㅋㅋ 그렇게도 아들, 아들 하던 집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아들이 필요할 때는 딸을 찾는다니.ㅋㅋㅋ


조소영: 강쏘 말도 맞는 말이긴 해. 어머니는 그렇게도 애지중지하시던 남동생은 놔두고 내게 꽤나 집착하셨어. 내가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 자해 협박도 하셨어. 내가 없으면 죽어버리실 거라고 말야.


최소영 : 어머니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도 집을 나온 거라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조소영 : 이제는 내가 먼저 살아야겠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집을 나오기 전인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근무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야 했어. 일, 집, 일, 집. 조금의 잔업이라도 하거나, 교통편이 지체되는 바람에 이 루틴에서 단 10분이라도 늦어지면 어찌나 전화가 빗발치던지.


이소영 : 그러고 보니 너네 어머니께서 네게 결혼도 빨리하라고 하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소영의 말에 강소영이 박장대소를 했다.


강소영 : 아 진짜? ㅋㅋㅋㅋㅋ 맨날 일, 집, 일, 집만 하는데 남자는 언제 만나라는 말이야? ㅋㅋㅋㅋㅋ 조쏘가 몸이 두 개는 되는 줄 아시나 보네. ㅋㅋㅋㅋㅋ


조소영 : 그러게. 여튼 그래서 나왔어. 물론 처음에는 잦은 연락에 많이 힘들었는데, 잔업이나 야근할 때 몇 번 전화를 못 받다 보니 점점 전화를 안 받는 일도 익숙해졌어. 덕분에 이제는 자유도 있고, 상대적으로 어머니 연락을 좀 덜 받아도 부담도 덜 한 편이야.


이소영 : 엄마한테는 안 좋은 일이겠지만, 너한테는 좋은 일이네?


조소영 : 그렇지. 내 이야기는 적당히 한 것 같네. 나는 최소영이 궁금하네. 나를 이해는 하는데,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해가 된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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