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영 : 얼핏 보기에 모순된 감정과 행동을 하는 점에서 이해가 됐어.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진 않거든. 하지만 의무감에 생활비만큼은 보내드리고 있어.
정소영 : 최소는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의무감에 생활비를 보내게 된 거야?
최소영 : 내가 성장할 때 아버지가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으셨어. 일을 하지 않으신 것은 아닌데, 생활비를 적게 주셨어. 그 덕에 어머니께서 집안일과 생계를 책임지셨는데, 아무래도 수입이 적다 보니 우리도 거의 굶다시피 컸지.
정소영 : 나 기억 나. 최쏘 초등학생 때 나랑 같은 반이었던 적 있잖아. 그때 준비물 잘 안 사 오던 게, 안 사 온게 아니라 못 사온거였어 혹시?
최소영 : 부끄럽지만 그렇지... . 먹고살 돈도 없는데, 준비물을 사 간다는 건 사치였으니까. 그리고 당시 잘 씻지 못하고 옷도 꾀죄죄하게 입고 다녔던 것도, 어머니께서 바쁘셔서 날 챙겨주실 시간이 없으셨던 것도 있고.
정소영 : 세상에... . 미리 알았으면 준비물은 내 껄 나눠 썼을 텐데. 당시 철이 없어 '거지'라고 놀리기나 하고... .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안해.
최소영 : 아냐. 괜찮아. 어릴 때잖아. 사실이기도 하고. ㅎㅎ
대화가 주제에서 벗어나자, 강소영이 대화를 환기했다.
강소영 : 그런데 너는 그런 일을 겪고도 어째서 생활비를 주는 거야? 나라면 똑같이 당해보라며 절대 주지 않을 텐데.
최소영 : 어쨌든 날 태어나게 해주시고, 어머니께서 날 키우시는 데에 도움이 되신 것은 사실이니까.
조소영 : 그러면 너한테는 감정적으로 기대거나 괴롭히지는 않으셔?
최소영 : 고립시키려 하셨지. 그 이유로 나도 집을 나오게 된 거고.
이소영 :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줘.
이소영은 이제 친구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상태였다.
최소영 :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셔서 벌써 몸이 좋지 않으셔. 그러자 아버지는 내게 집안일과 어머니의 간병을 요구하셨어.
정소영 : 집안일과 간병 정도는 해드릴 수 있지 않아?
정소영은 채팅을 치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소영 : 일단 집안일과 간병이 쉬운 일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이야. 어머니는 몸져누우셨고, 아버지는 이제 아예 일을 하지 않고 계셔. 너희도 알다시피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이소영 : 그래서 네가 벌고 있구나?
최소영 : 맞아. 마침, 나도 직장을 가져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직장을 가지면 집안일과 간병 둘 중에 하나는 혼자서는 완벽히 할 수가 없어. 그런데 아버지는 내게 그 셋을 요구하시며, 심지어 집안일과 간병을 우선순위로 두셨어. 돈은 안 벌어도 된다며 말이야.
김소영 : 뭔 말씀임? 그럼, 생계는 누가 책임 짐?
최소영 : 그래서 나왔어. 어쩔 수 없었어. 나한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게 우선이니까.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정소영 : 아... .
정소영은 이제야 최소영의 입장이 이해되었다. 최소영이 이어 말했다.
최소영 : 돈이 최우선이다 보니까 내 쓸모에 집착하잖아.ㅎㅎ 쓸모가 있어야 돈을 버니까.ㅎㅎ
박소영 : 너무 잔인한 말이야. 직장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너 스스로에게 쓸모를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어.
김소영 : 맞음. 우리가 최쏘를 쓸모로 친구 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임.
강소영 : 오, 김쏘가 처음으로 삐딱하게 굴지 않은 듯?ㅋㅋㅋ
김소영 : 뭐라는 거임. 나 원래 안 삐딱함.
강소영 : 근데 나는 여태 너희들 얘기에 대부분 공감이 안 되더라. 다들 당하고 살았는데, 어째서 복수하지 않는지 말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