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망설이는 그대에게

by 오승훈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다면 그저 동전을 던져 결정하라. 선택을 완성하는건 과정이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다.


인생은 동전 따위에 좌우될만큼 단순하지 않다. 로또처럼 선택이 곧 결과로 연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중요한 일은 선택과 결과 사이에 긴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갈림길이 나타난다. 아무리 좋은 선택을 했더라도 그후의 과정을 게을리하면 선택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아무리 나쁜 선택을 했더라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는다.


일본의 '주켄공업'은 초정밀, 초소형 플라스틱 부품분야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중소기업이지만 세계 최초로 100만분의 1g짜리 톱니바퀴를 만들었다. 지름이 0.147mm로 담배갑만한 케이스에 2만 개가 들어간다. 언뜻 보면 밀가루처럼 보일만큼 작다. 이 회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선착순으로 뽑는다. 학력, 성별, 나이 모든 것을 불문하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직원이 된다. 공고를 졸업한 폭주족, 피어싱한 여고 중퇴생 등이 직원이 되었다. 100만분의 1g짜리 톱니바퀴를 만든 사람이 바로 폭주족으로 입사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사장 마쓰우라 모토오는 젊어서 트럼펫을 연주했다. 어느날 우연히 당대의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한국의 길옥윤을 만났다. 그 앞에서 트럼펫 솜씨를 뽐내던 마쓰우라 사장에게 길옥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단지 악보를 쫓아가는 사람은 좋은 연주를 할 수 없어요.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매일 당신의 온 마음을 담아서 한 곡씩 외우세요. 3년이면 1000곡이 넘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인생을 앏은 종이를 한 장 두 장 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쌓아올린 모양은 다르지만 그 높이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마쓰우라 사장은 길옥윤이 장인정신을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말한다. 폭주족이든 여고 중퇴생이든 주켄공업을 들어가면 장인이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동전을 던져 선택하라. 그리고 매일 앏은 종이 한 장을 쌓아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