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말들>과 <MBTI 인사이드 EP.4>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를 쓴 엄지혜 작가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꼭 던진다고 한다. 혼자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다가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본 MBTI 인사이드 네 번째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ESFJ가 F끼리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고민을 말하는 부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돼서 나중에는 기부재단을 설립하고 싶은데 아직은 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어릴 때부터 목표 중에 하나라고 해야 하나? 저는 남부러울 게 없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서 진로를 선택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때 힘든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꿈이 없더라고요. 꿈을 마음대로 꾸지 못하고 포기를 해버리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기부를 시작했는데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막상 밖을 나와보니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고 나는 너무 작구나, 라고 느껴요. 이걸 하고 싶은데 이게 될까? 이런 생각에 자꾸 물음표가 생기는 거죠.”
살면서 내가 줄곧 품어 왔던 목표였고, 사회에 나온 이후 줄곧 좌절해왔던 이유였다. 크기에 상관없이 나를 나눠 누군가의 평등을 만들어주는 일, 우리라는 울타리 안 모두가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나의 유토피아였다. 엄지혜 작가의 <태도의 말들>을 읽으면서 이는 비단 기회나 물질적 평등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평등으로 가는 길은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존중의 태도로 대하는 자세 즉, 우리의 몸과 마음 가짐이 궁극적인 평등의 시발점인 것이다. <태도의 말들> 머리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존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사소한 일상에서든 일에서든 존중이 사라지면 마음이 괴롭다. 사람의 마음은 대단한 일이 벌어져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리 피로한 일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태도가 중요하다.
(중략).
언제나 사소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고 언어를 탄생시키니까. 누군가를 추억할 때 떠오르는 건 실력이 아니고 태도의 말들이었다.
(중략).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로 읽을 뿐이다. 존중받고 싶어서 나는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문제는 존중이니까.
실제로 평등의 공정성을 판단할 때는 어떤 결과가 평등한지를 보지 않고 어떤 과정이 평등을 만족시키는가를 본다고 한다. 그러니까 평등은 어디까지나 만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지혜 작가처럼 결과보다는 과정이, 성취만큼 그 과정 과정들에 놓인 지난한 시간들을 함께 걸어갈 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옳다. 그 안에는 언제나 존중과 배려가 있고 그 바탕에는 우리 모두의 만족이라는 다소 유토피아적인 생각들이 깔려있으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순간의 바탕에도 늘 누군가의 순간을 동시에 생각하는 존중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