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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빈 Aug 21. 2023

아물지 않는 상처를 마주하는 일

이꽃님 작가 신작 청소년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10대는 여름 같다. 서서히 싱그러움이 영글어가지만 세상을 대하는 온도가 무척이나 뜨겁다. 문제는 삶의 생채기를 대하는 온도 역시 뜨겁다는 것.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문제의 상황을 직면할 때 스스로 더 깊은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하지오와 유찬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해 여름을 지나고 있다. 줄곧 엄마와 둘이 살아온 하지오는 엄마의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아빠의 존재를 알았다. 그렇게 엄마를 떠나 아빠가 살고 있는 곳이자 유도로 유명한 번영으로 전학을 간다. 하지오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는 아이를 가진 현재의 아내를 이유로 하지오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숨기는데, 이는 결국 하지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로 남는다. 아빠에게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내며 뜨겁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하지오. 그러면서도 아빠의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될까 조용히 아빠의 제안에 따르며 스스로에게 더 깊은 생채기를 낸다.



유찬은 몇 년 전 화재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 그 뒤로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유찬과 하지오가 삶의 문제를 대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유찬은 속마음을 듣는 탓에 몇 년 전 화재 사고의 범인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무는 방식을 택한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지 않으려 학교에 와서는 이어폰을 꽂고 있기도 한다. 지난 5년 동안 유찬을 그렇게 만든 일련의 사건이 존재하겠지만, 유찬은 결과론적으로 자신의 생채기를 들여다보기보다 차갑게 피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오와 유찬이 만나는 지점에서 둘은 각자만의 변곡점을 맞는다. 하지오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번영에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유찬을 만나고, 유찬은 이상하게 하지오와 있으면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하지오의 속마음까지도. 그러자 유찬은 오히려 하지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싱그러운 두 아이의 서로를 대하는 온도가 여름처럼 뜨겁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꽃님 작가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의 티저북 서평단에 당첨돼 이 책을 알게 됐고, 티저북인 탓에 아직 결말을 보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알 것 같다. 하지오와 유찬이 조금씩 마음을 나누며, 동시에 아물지 않는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는 것을.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청소년 소설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어투가 드러나는 문체가 인상 깊었다. 누구나 이 시기엔 나의 상처가 무척이나 크게 느껴지고,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내 곁에 머물러주고 때때로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만 있으면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얻기엔 충분하다. 부디 후반부에는 하지오와 유찬 모두 자신의 상처를 훌훌 털고 싱그러운 여름같은 표정을 짓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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