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를 보는 5가지 방법
“이 건축물에 반사되기 전까지
태양은 자신의 빛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을 것이다”
건축가 루이스 칸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두고 한 말이다. 이렇게 수정하고 싶다. “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까지 호주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은 시드니 코브의 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 몰랐을 것이다” 여행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보다 한낮의 햇볕 한 줄기에서 시작된다. 오색찬란한 불빛이 지붕을 물들이는 밤의 오페라하우스도 좋지만 돛을 연상케 하는 둥근 지붕에 한낮의 태양이 비추는 오페라하우스야말로 루이스 칸이 말한 태양이 반한 진짜 시드니 코브의 풍경이다. 잔잔한 항구에 온몸으로 빛을 받고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외관 앞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넉넉히 잡고 다섯 가지 뷰포인트를 천천히 거닐어보자.
시드니 코브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벤 오페라하우스 지붕 아래서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이 호주 사람들이다. 가격이 비싼 이유도 있지만 여행객은 대부분 인증샷을 찍고 떠나버리기 때문.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첫 번째 포인트는 써큘러키 역을 따라 쭉 이어진 시드니 코브다. 둥글게 둘러진 돌벽 너머로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넘칠 것 같은 길을 지나 코앞에서 오페라하우스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겨도 좋고 계단에 앉아 매일 항구에 정박하는 크루즈 안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줘도 좋다. 그대로 발길을 돌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한국 여행자 중 시드니 관광명소 오페라하우스의 내부를 둘러본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다. 누가 예술의 전당에서 외관 사진만 잔뜩 찍고 돌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떠나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오페라하우스 공연은 스탠더드석이 40불(호주달러) 정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심지어 한국 공연보다 저렴한 편이다. 또 운이 좋으면 무료공연을 볼 수도 있으니 사전에 공연 일정을 살펴보고 가는 것도 좋다. 만약 공연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정 구역은 입장료를 내지 않고 관람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실내를 보다 깊게 둘러볼 수 있는 내부 투어도 있으니 여행 전에 알아보고 가자.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
요금: 일부 구역은 무료, 가이드 투어는 20~100 불
투어 종류: 가이드 투어, 백스테이지 투어, 한국어 투어
주소: Bennelong Point. Sydney
전화번호: +61 2 9250 7777 (한국어 투어 예약 전화 +61 2 9250 7250)
홈페이지: www.sydneyoperahouse.com
오페라하우스에서 나와 써큘 러키 역 반대 방향인 팜 코브를 따라 약 15분 정도 걸으면 ‘미세스 매콰리스 포인트’가 나온다. 잔잔한 바다 위를 지키는 오페라하우스의 옆태를 볼 수 있는 두 번째 뷰포인트다. 호주 영국군 반란 해결을 위해 파견된 중령의 부인 미세스 매콰리스가 자주 찾던 곳으로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빠졌던 의자가 놓여있다.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하우스를 담을 수 있어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관광객이 많은 시간에는 앉을 기회 조차 없지만 느지막이 이곳을 찾으면 조용하게 시드니 바다의 향기를 맡으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보며 여행일기를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다.
다시 써큘 러키 역에 있는 페리 선착장을 지나 반대편 길로 들어서면 ‘더 록스’ 지역이다. 미세스 매콰리스 포인트의 정반대 방향으로 또 다른 옆태를 볼 수 있는 세 번째 뷰포인트다. 페리 선착장 입구부터 다양한 길거리 공연과 버스킹 하는 사람이 즐비한 곳이다. 그 뒤로 호주의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쭉 서있다. 어느 곳을 가도 오페라하우스의 옆태를 감상할 수 있는 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걸음이 닿는 대로 호주 음식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커피 한 잔을 들고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버스킹 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낭만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제야의 종소리가 한해의 끝과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린다. 호주 사람들은 12월 31일 저녁이면 일찌감치 하버브리지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써큘 러키 역 주변부터 노스 시드니 역 주변까지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시드니의 모든 사람이 몰려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사람이 제일 많이 몰려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는 곳이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네 번째 뷰포인트 ‘하버브리지’다.
레스토랑을 나와 더 록스 지역에서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을 따라가면 하버브릿지에 오르는 입구가 나온다. 운동복 차림으로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도 있고 정장을 입은 채로 운동화만 갈아 신은 사람도 있다. 시드니 시티는 중심 거리인 조지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면 센트럴 역부터 하버브리지 입구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걷는 게 일상화된 곳이다. 그중 하버브릿지는 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싸고 넓은 바다가 펼쳐져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산책 코스다. 운동화를 신고 호주 사람들과 발맞춰 하버브릿지를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만약 색다른 시선을 원한다면 하버브리지 위를 걷는 ‘브리지 클라이밍’을 도전해봐도 좋고 ‘파일런 전망대’에 올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하우스의 전경을 감상해도 좋다.
브리지 클라이밍
요금: 낮 218불, 밤 198불 (주말 10불 추가)
시간: 08:00~18:00
전화번호: +61 2 8274 7777
홈페이지: www.bridgeclimb.com
파일런 전망대
요금: 11불
시간: 10:00~17:00 (크리스마스 휴일)
전화번호: +61 2 9240 1100
홈페이지: www.pylonlookout.com.au
시드니 시티가 높은 빌딩과 사무실이 많은 강남 같은 곳이라면 하버브리지 건너편인 노스 시드니는 낮은 전원주택이 즐비한 고즈넉한 동네다. 하버브릿지를 내려오자마자 왼쪽으로 돌아 항구 방향으로 나오면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다섯 번째 뷰포인트 ‘브래드 필드 파크’가 나온다. 가족끼리 피크닉을 오기도 하고 연인이 앉아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과 같은 공원이다. 브래드 필드 파크에서 길을 따라 오른쪽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루나 파크’가 있다. 10분이면 전체를 다 돌아볼 만큼 작은 규모의 놀이동산으로 매일 짧은 퍼레이드도 진행한다.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내부를 구경하는데 부담도 없다.
브래드 필드 파크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공원에 앉아 다리 너머로 보이는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페리를 타지 않고도 오페라하우스의 정면을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오페라하우스를 따라 종일 걸었다면 마무리는 브래드 필드 파크에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거리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넘어가는 해를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오페라하우스의 네온사인이 어둠이 깔린 흑색 바다를 찬란하게 비춰주는 광경이야말로 시드니 코브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야경이다. 단, 호주는 공원 등 야외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구역이 많으니 무알콜 음료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하루를 보냈다면 이제 종일 걷느라 지친 다리를 위해 브래드 필트 파크 바로 위에 있는 밀슨스 포인트 역에서 트레인을 타고 돌아가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미세스 매콰리스 포인트가 생각에 잠긴 진지한 표정이라면 하버브릿지는 걷기가 일상화된 호주 사람들 만큼이나 파이팅 넘치는 표정이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인증샷만 담고 돌아서지 말고 일정을 길게 잡고 오페라하우스의 다양한 표정을 담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시드니의 오페라를 담아보자. 오페라 공연 같은 경우는 노래이기도 하고 여행객도 많이 보기 때문에 영어가 빠른 편도 아니다. 주저하지 말고 시드니 시티를 방문하기 전 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미리 예약하자. 단언컨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