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low Moments

어느 날,
그들의 삶에 문을 두드리는 일

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에어비앤비 #나오미 하우스

by 김진빈


드디어 도착한 교토역!
교토 첫인상은 영화만 보고 상상했던 고즈넉한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나오미 하우스에 가려면 교토역 B1 구역에서 9번 버스를 타고 ‘니시혼간지 마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무더운 8월, 더위를 가셔 줄 작은 배려.
낯선 이방인에게도 선뜻 길을 안내해줄 안내원까지.
버스 정류장에 함께 서 있는 일만으로도 벌써 그들의 삶에 녹아든 것 같아 설렜다.
교토를 지키는 니시혼간지를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 담벼락을 타고 걸으면 나오미 하우스 동네로 들어서는 길목과 마주한다.


교토역에서 버스로 3 정거장, 도보로 20분 남짓한 거리에 교토시 우리 집, '나오미 하우스'가 있다. 영화 <안경 めがね> 속 타에코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슬로 여행을 위해 출발 전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일본식 가정집을 통째로 렌트했다.


숙소까지 걸을까 하다가 손이며 어깨에 지어진 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교토역 버스 정류장 B1 구역에서 9번 버스를 타고 ‘니시혼간지 마에’ 정류장에 내렸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따금 자전거를 탄 현지인들이 지나갈 테니.


호리카와 거리에 있는 니시혼간지 마에 정류장. 앞쪽으로 보이는 큰 사찰은 교토를 지키는 '니시혼간지'다. 사찰 앞으로는 호리카와 강이 흐르고 있고, 다섯 걸음 정도 되는 짧은 다리를 건너면 니시혼간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조금은 복잡한? 교토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이런 곳 근처에 숙소가 있다니.


이제 니시혼간지를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쭉 걷기만 하면 된다. <안경 めがね> 속 민박집주인 유지가 약도마다 남겼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2분만 더 참고 가면 돼요"


이 방향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왠지 불안해지는 그 지점에서 1분만 더 참고 가면 횡단보도가 나온다. 횡단보도로부터 이어지는 길이 나오미 하우스가 있는 이 동네로 들어서는 시작점이다. 오래된 가게들을 지나 폴폴폴 찌게 끓는 냄새가 그득한 가정집 사이에 나오미 하우스가 있다.


조그만 협탁이 있는 거실과 타다미 방을 지나면 이슬비에도 똑똑 소리가 울리는 작은 정원이 있다.
작은 카메라 한 대를 친구 삼아 나오미 하우스 동네를 걸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 조금만 걷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곳.
한 블록마다 있는 자판기가 걷다 지친 우리를 구해줬다.
핀란드에 스며들었던 카모메 식당처럼 이 동네에 스며든 식당과 가게를 보는 일도 하나의 묘미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타에코는 이곳 사람들이 주는 최소한의 관심이 어쩐지 부담스럽다. 누군가와 아무런 목적 없이 편하게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타에코는 영화 초반부터 내내 끼고 다니던 캐리어를 끌고 유지 민박집을 떠난다.


새 민박집주인은 타에코에게 대뜸 마땅한 대가를 요구한다. 밭을 일구기 위해 투숙객 모두가 일하는 모습은 어쩐지 쉴틈 없는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여행에 와서까지 목적 없는 시간이 불필요하다 여기는 삶과 그에 반드시 따라붙는 노동. 타에코는 그 길로 새 민박집을 나와 외딴섬에서 길을 잃는다. 그녀를 데리러 온 사쿠라 자전거엔 뒷좌석이 하나뿐이다. 결국 타에코는 애써 끌고 온 짐을 두고 자전거에 오른다.


가벼운 몸과 마음을 위해 모든 짐을 버리고 사쿠라 자전거 뒷좌석에 오른 타에코처럼 숙소에 모든 짐을 던져버리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한여름 긴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들 사이에서 한참이나 동네를 서성거렸다. 주민들은 생각보다 금세 낯선 이의 방황하는 발걸음을 알아챈 듯했지만 선뜻 마음을 열어주진 않았다. 길 잃은 어린양에게 흔쾌히 자전거 뒷좌석을 내 줄 사쿠라가 없음을 깨닫고 이번엔 버스 정류장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오래된 음식점과 잡화점을 지나 코너를 돌면 나오는 큰 대로변. 한참을 걸은 뒤에야 안 사실은, 나오미 동네는 정확히 직사각형 모양으로 큰 도로마다 교토역으로 이어지는 버스가 있다.

재미있다. 그들의 삶에 조금씩 다가서는 일.




교토 에어비앤비, 나오미 하우스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오셨네요. 그러고 보니 헤매지 않고 온 손님도 삼 년 만입니다. 재능이 있네요. 여기에 있을 재능.


타에코를 반기는 유지식 첫인사다. 나오미 역시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메시지 서비스로 유지와 같은 첫인사를 건넸다. 시모교구에 있는 나오미 하우스는 찾아가기 까다로운 편이다. 동네 전체가 전통 가옥으로 돼 있지 않고 중간중간 낮은 신식 아파트먼트와 오래된 상점들이 함께 있다. 또한 나오미 동네 시작점부터 이어지는 큰길 좌우로 작은 골목길이 많은데, 골목골목이 모두 가정집이다. 때문에 길을 찾을 때는 구글에서 주소를 찍고 가는 편이 가장 좋다.


나오미 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2가지다. 교토역에서 멀지 않은, 일본식 가정집에서 그들의 일상 경험하기. 시모교구는 교토역에서 도보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동네 사람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덕분에 퇴근 시간에 탄 9번 버스에서 멀리 가는 사람들을 비집고 나홀로 내려야 했다. 낮에는 천천히 교토역까지 걷는 방법을 추천하지만, 동네 사람들 모두 일찍 잠이 들기 때문에 늦은 시간 돌아다니면 위험할 수 있다.


**시모교구 나오미 하우스, 지도로 확인하기.

호스트 이름 : Naomi Iwaki
주소 : 174-26 Yakuenchō Kyōto-shi, Kyōto-fu 600-8823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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