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low Moments

책들의 오래된 집

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이치죠지 #고서점 #케이분샤

by 김진빈
책들의 오래된 집, 고서점 케이분샤가 있는 이치죠지로 향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간혹 마주치는 관광객이 한데 섞여 있는 곳.
사람이 붐비는 교토 관광지보다 한적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치죠지역에 정차하는 2량짜리 노면전차 이름은 '에노덴전차'
열차가 지나가고 나면 그 길을 그대로 건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풍경.
그대로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케이분샤를 찾아나섰다.
이치죠지를 몇 바퀴 돌아 드디어 케이분샤에 도착했다.
케이분샤는 오로지 책만을 위한 편집숍 같은 느낌이다.
서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니 주의하자!


사색하기 좋은 여행지와 산책하기 좋은 여행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안경 めがね> 배경인 요론섬은 산책보다는 사색이 어울리는 곳이다. 이 영화 주인공들이 어딘가 정처 없이 걸으며 새로운 환경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산책보다, 바다를 향해 앉아 떠오르는 생각을 낚는 사색을 주로 하는 이유기도 하다.


교토는 사색보다는 산책이, 단순 산책보다는 길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무엇에서,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색이 함께하는 산책이 어울리는 도시다. 하염없이 한 곳을 바라보기보다 골목 구석구석을 걸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무언가로부터 생각을 낚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교토시 우리 집, 나오미 하우스가 있는 동네를 산책하다가 오후 늦게야 고서점 케이분샤가 있는 이치죠지에 도착했다. 이치죠지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를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미뤄뒀던 나를 발견하는 일. 사색형 산책(?)을 위해 발길 닫는 대로 걷다가 마음이 끌리는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치죠지는 오래된 상점이나 이발소처럼 일상적 풍경 사이사이로 새로 생긴 소품샵, 아기자기한 카페가 간간히 눈에 띈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서울 서촌과 묘하게 닮았다. <마더 워터 マザ-ウォ-タ->에서 카페를 처음 찾은 ‘하츠미’가 말했듯 커피 향도 거리 향도 왠지 좋은 느낌이다.


그 길 끝에 고서점 케이분샤가 있다. 편집 서점이라는 단어가 참 낯설었는데 한국에 생기고 있는 작은 독립 서점과 비슷하다. 케이분샤는 책 관련 소품을 함께 판매해 소규모 편집샵 느낌까지 더했다. 예를 들어 여러 구역으로 나눠진 공간 중 한 공간 테마가 '엄마'라고 한다면 엄마와 관련된 책과 음반, 엄마라는 테마 혹은 해당 책과 관련된 소품을 함께 배치한다. 소비자는 책으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관심사를 한데 모아 경험할 수 있다. 츠타야만큼은 아니지만, 책은 물론 잡지 종류도 꽤나 다양하다. 또한 뒷마당에는 공연을 위한 작은 무대와 전시 공간 등을 마련해 이치죠지 내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겉에서 보면 단순히 외관이 예쁜 동네 서점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책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머무는 오래된 집, 동네 사랑방 같다. 이런 고서점이 동네에 있다면 매일 같이 서점으로 퇴근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이치죠지를 조금 더 산책하기로 했다.



교토역에서 이치죠지 케이분샤 가는 방법


교토역에서 이치죠지에 있는 케이분샤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노면전차인 '에이덴전차'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교토역에서 버스를 타고 데마치야나기역으로 이동해 에이덴전차로 갈아타서 이치죠지역에 하차한다. 케이분샤까지는 여기서부터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교토 풍경을 보며 한번에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면 교토역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이치죠지사가리마치죠 정류장에서 하차하거나 206번 버스를 타고 타카노 정류장에서 내린다. 둘 다 교토역부터 20개 이상 정류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40분 정도 소요되며, 내려서는 구글맵을 켜고 케이분샤를 향해 걸어가는 편이 한결 수월하다.


http://www.keibunsha-books.com/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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