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이치죠지 #맛집 #카페츠바메
2량짜리 에노덴전차가 마을을 가로질러 다니는 이치죠지는 시골 간이역만큼 작은 역을 가졌다. 일본 풍경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건널목 풍경을 볼 수 있음은 물론, 전차에서 내려 계단 몇 개를 내려오는 순간부터 마을이 시작된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이치죠지역을 찍고 고서점 케이분샤를 향해 걸었다. 알고 보니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케이분샤에 간 격이 됐다. 많이 걸어 아픈 발이 억울하다는 생각보다 발아 미안한데 조금만 더 걸을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고서점 케이분샤를 나와 다시 이치죠지역 방향으로 걸었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오래된 터줏대감 같은 가게들을 지나 카페츠바메를 만났다. 종일 곳곳을 누빈 탓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다리에게 휴식을 줄 겸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에 우유를 직접 부어 즐기는 곳.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에서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던 핀란드 청년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치죠지와 잘 어울리는 카페였다. 옆 테이블에서 음식을 주문하길래 찾아보니, 카페츠바메는 매일 다른 가정식 백반을 내는 곳이었다. 안전농산물센터에서 공급받은 재료들로 조금 심심한 일본 가정식 배반을 차려낸다고 해 욕심이 났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꾹 참았다.
옆 테이블 사람들과 창을 향해 앉아 홀로 사색에 잠긴 아저씨, 창밖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의 행복을 떠올렸다. 매번 같은 일상이 반복돼 지겹다고 소리쳤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지금 그들을 바라보는 나처럼, 누군가 나의 일상을 보면서 어떤 사색에 잠기고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두 시간 남짓 오래된 여행 메이트와 각자 사색의 시간을 갖고 해 질 녘 즈음 카페츠바메를 나섰다. 잠시 이치죠지 속 요론섬에 머문 기분이었다.
벌써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게와 집을 향해 걷는 사람들을 지나 다시 이치죠지역으로 갔다. 이치죠지역으로 열차가 지나간다는 신호음이 울리면 사람도 차도 일제히 멈춰 선다. 가족을 위한 선물을 들고 퇴근하는 아버지, 저녁 식사 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 감탄보다 카메라를 드는 손이 앞선 관광객 모두 철길 건널목 앞에 선 짧은 순간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열차를 놓칠까 봐 저 멀리 뛰어가 사라진 사람을 떠올리며 어쩐지 이 동네에선 열차를 놓쳐도 좋겠다, 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행여 열차를 놓치더라도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열차를 놓쳤다고 생각하면 다음 일정이 문제가 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열차를 홀가분하게 보내고 나면 다음 열차가 또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길 수 있으므로.
나의 지겨운 일상도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충분해지지 않을까.
슬로 무비에 종종 등장하는 슬로 푸드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곳. 일본 가정식 백반집 카페 츠바메다. 케이분샤에서 이치죠지역 방향으로 걸으면 오른편에 카페를 가장한 츠바메가 있다. 4개 테이블이 전부인 소규모 카페로 매일 안전농산물센터에서 공급받은 야채와 된장으로 가정식 백반을 낸다. 이치죠지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주문과 동시에 오픈형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음식과 커피. 매일 같은 맛일 수는 없지만 매번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믿음직한 음식점이다. 츠바메를 발견한 <마더 워터 マザ-ウォ-タ-> 다카코와 오토메는 말할 것이다. ‘딱 좋다’라는 기준조차 매일 조금씩 변하는 걸요. 그런데 츠바메는 어떤 날을 기준으로 해도 딱 좋아요.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