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기온거리 #시죠거리 #가모가와강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여겨졌어요.
그래서 여길 오게 된 거죠.
아무런 목적도 없이.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에서 마사코는 핀란드에 온 이유를 말하며 생각에 잠긴다. 핀란드 사람들이 우스꽝스러운 경기를 아주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의 모든 구속에서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였다고. 마사코는 그 모습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였고 그래서 무작정 핀란드행을 택했다. 물론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내가 푸른 바다가 인상적인 <안경 めがね> 촬영지 요론섬 대신 <마더 워터 マザ-ウォ-タ-> 속 교토를 찾은 이유는 하나다. 아무 걱정 없는 세상에 머무는 일. 가모가와 강 주변에 머무는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욕심이나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세상을 오롯이 살아낸다. 이따금 누군가의 세상과 마주했을 때도 특별한 목적을 가짜로 만들어내지 않고 그저 편안한 관계를 맺는다. <마더 워터 マザ-ウォ-タ->를 보며 나도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마사코처럼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였다. 세상의 모든 구속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마사코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교토를 찾았다. 물론 이날은 잠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 휘둘려 강행군을 감행하는 불상사를 저질렀다. 갈 길이 멀어 청수사를 빠르게 둘러보고 누군가에게 쫓기듯 청수사에서 기온 거리 방향으로 내려왔다. (물론 '그 누군가'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8할이다) 상점가를 따라 30분 정도 걸었을까. 야사카 신사 주위를 둘러싼 네모 반듯한 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오미 동네가 소소한 일본 가정집 풍경이라면, 기온 거리는 고색창연 자체다. 일본의 경주라는 말에 유레카를 외칠 만큼 세월의 흔적과 옛 정취가 가득하다.
기념품 판매점이 즐비한 메인 시죠 거리를 걷다 사이사이로 이어진 골목으로 들어섰다. 야사카 신사를 등지고 보면 시죠 거리 왼편으로 일본 전통 가옥으로 된 게스트 하우스촌이 있다. 오른편은 가모가와 강과 이어지는 물길을 끼고 전통 가옥 마치야를 개조한 카페나 음식점이 많다. 운이 좋은 날엔 이 거리에서 게이샤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산넨자카에서 넘어지지 않는 데 오늘 운을 다 썼는지 게이샤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같은 듯 다른 고택들 사이로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이 일본 색이 짙은 풍경을 만들어줬다. 기온 거리는 비슷한 풍경들의 연속이지만 들어서는 골목마다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길을 거닐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 조금 여유롭게 기온 거리에 머물기로 했다.
기온 거리는 야사카 신사부터 시작이다. 야사카 신사부터 가모가와 강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시죠 거리'로 기온 거리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 전부 기념품 가게로 기온 거리 중 가장 복잡한 거리이기도 하다. 시죠 거리를 따라 걷다가 가모가와 강을 만나기 바로 직전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조금은 한적한 길을 만날 수 있다. 기 길을 따라 쭉 걷다가 가모가와 강과 이어지는 물길을 만나면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산조역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도 좋다. 사실 야사카 신사를 등지고 시죠 거리 오른편이 과거를 품고 있는 고색창연한 거리이자 게이샤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거리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