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금각사 #킨카쿠지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을 이야기하며 한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토 여행 이후 산책과 사색을 즐기는 도보 여행을 즐기게 되면서 나 역시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제3의 공간에서 일 즉, 생존을 위한 투쟁과 거리를 두고 나를 천천히 관찰하는 데서 찾고 있다. 여행 목적지가 하루를 살아가는 공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도 좋다. 그저 그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기대에 사로잡히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오롯이 내 마음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엔 충분하다.
다만 첫 일본 여행이자 교토 여행에서는 산책과 사색보다 특정 목적지에만 사로잡혀 있는 시간도 많았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에서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선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자면 여행에서 나를 돌아보거나 세상을 돌아볼,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드물다는 말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고 덧붙인다. 여행을 잘하는 특정 기술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여행을 앞두면 제일 먼저 장소를 찾는다. 지인이나 여행사 홈페이지, 때로는 익명의 누군가가 남긴 글을 통해 목적지를 정하고 유명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왜 그곳에 가고 그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스스로가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했냐고 혹은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묻기보다 어디에 다녀왔냐고 묻는 일에 더 익숙하다. 또한 누군가의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면 내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후자를 말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생각한다.
남들이 갔던 길, 남들이 추천한 최적의 길을 간 여행자에게 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이 뚜렷이 남을 리 만무하다. 나 역시 금각사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 웹상에서 교토는 청수사와 금각사 정도는 꼭 가야 한다 했고, 기온 거리에서 둘 째날 오후를 다 써버린 탓에 다음 날 교토를 떠나기 직전 누군가 등 떠밀어 간 상황처럼 금각사를 아주 잠깐 둘러보고 바로 안녕을 고해야 했으므로. 사실 이층과 삼층에 금을 두른 금각사 주변을 산책하면서도 나는 너무 남의 입맛대로 꼭 가야 한다는 곳에만 얽매여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자책하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시간에 쫓겨 금각사를 앞에 두고 내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향해서만 걸음을 옮겼다.
알랭 드 보통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교토를 가야 할 이유와 교토를 오롯이 돌아볼 방법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남들이 좋다는 혹은 남들이 기대하는 여행을 위해 금각사를 찾았다. 금각사를 돌아보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금각사 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왜 금각사에 갔을까에 대해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굳이 답을 해야 한다면 경주 하면 불국사를 찾는 여행객처럼 교토 하면 금각사를 찾아야 했으니까.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 변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첫 일본 여행이자 교토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음에 교토에 간다면,
누군가의 기대나 조급한 마음에 쫓기지 않고
조금 더 교토다운 곳을 거닐며 그 순간과 그 공간에 있는 나를 면밀히 들여다봐야겠다.
우리는 교토역에 짐을 맡기고 금각사로 이동했다. 교토역에서 출발한다면 버스 정류장 B구역에서 101번 혹은 205번을 타고 킨카쿠지 미치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이외에도 12번, 59번, 102번, 204번 버스가 금각사에 간다. 청수사와 마찬가지로 어느 역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곳에서 내리면 금각사다. 교토역에서 킨카쿠지 미치 정류장까지는 약 50분 정도 소요되며 정류장에서 내려 3분 정도만 걸어올라 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는 400엔(한화 약 4000원)이며, 입장권으로 부적을 준다. 금각사는 이층과 삼층이 금으로 둘러져 있으며, 금각사와 주변 경치를 느끼며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