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 교토 도보 사진 여행 #후지필름 #X70
“여행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 거죠. 전 슬슬 돌아가야겠습니다.”
교토에 다녀온 이후 대부분 여행이 그랬다. 그곳 사람들이 사는 집에서 자고, 먹고, 동네를 산책하는 식. <안경 めがね> 속 타에코처럼 처음에는 그들의 삶에 문을 두드리는 일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동지애(?)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타에코는 영화 말미에 다다라 마침내 내내 끼고 있던 안경을 떨쳐버린다. 이듬해 봄, 다시 요론섬을 찾았을 때 그녀 모습은 마치 그곳에 오래 살던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나 역시 처음엔 현지인처럼 지내다 오는 여행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내 그곳에 물처럼 스며들었다. 무계획으로 집 주변을 산책하길 여러 번. 마침내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최단 코스를 알아냈을 때 그 희열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골목을 누비던 무심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특별함으로 남곤 한다. 일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교토 지도를 그렸다. 나오미 동네에서 이치죠지로, 다시 청수사와 기온 거리, 금각사로 이어지는 길은 스미마셍 한마디에 안내원을 자초했던 거리 위 수많은 인연과 호스트 나오미로 채워졌다.
도보 사진 여행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 오히려 느려서 더 괜찮다. 오늘 일정이 내일로 미뤄지더라도 사쿠라가 일러준 대로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물론 같은 도시를 여러 번 방문하기 어려운 서글픈 월급쟁이에겐 조급함이라는 감정을 놓아주는 일이 가장 힘들지만 말이다.
관광객에게 쫓겨 관광지를 보지 못해도, 골목을 돌고 돌아 찾은 아지트가 만인이 아는 맛집이라 해도 행복하다. 나에겐 그곳이 교토의 전부이며 그날을 기준으로 아니, 오늘을 기준으로 해도 교토는 딱 좋았으니까! <안경 めがね>, <마더 워터 マザ-ウォ-タ-> 속 모든 이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듯 교토와 연결된 작은 문을 닫고 조용히 비행기에 오른다. 나도 다시 내 자리에서 온전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고백한다. 콤팩트 카메라가 메인이 될 수 없다 단정 지었던 어리석음에 대하여. 여행에서 돌아와 DSLR이나 미러리스를 챙겼을 모습을 생각하니 몸이 쑤셨다. 슬로 도보 사진 여행은 셔터 찬스에 대한 완벽한 대응도, 어마 무시한 화질도 필요하지 않다. 찬스를 놓치면 놓치는 대로 여행지 느낌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여행 전 카메라를 선정할 때 딱 2가지만 생각했다.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크기와 있는 그대로를 담을 색감.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카메라 앵글을 보고 웃어줬다. 후지필름을 두고 색감을 말할 필요가 있겠냐 만은, 특히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로 촬영한 사진은 상황에 따라 일본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기 좋았다. 실제로 많이 사용한 모드는 파스텔 톤이 많은 일본의 플랫한 거리를 담기 좋은 클래식 크롬이다. 또 후지필름 X70 선택을 가장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인 단렌즈가 의외로 효자 노릇을 했다. 일본 골목길은 생각보다 좁다. 심지어 케이분샤는 반대편 벽에 붙어 촬영해야 했다. 28mm가 아니었다면 한 귀퉁이도 제대로 담지 못했을지 모른다.
후지필름 X70은 단종됐고, 이제는 그 역할을 XF10이 대신한다. 다만 나는 여전히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도보 사진 여행을 떠날 때면 이 카메라를 챙긴다. 자그마한 핸드백에도 쏙 들어가는 이 카메라는 내게 타에코의 안경 같은 존재다. 타에코처럼 완전히 안경을 던져 버릴 순 없지만, 던져 버렸다고 해도 좋을 만큼 몸도 마음도 가벼운 X70과 함께라면 조금은 자유를 얻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