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서울과부산그리고대마도사이
오빠와 셋이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에 엄마는 내내 들떠있었다. 우리가 어른이 되고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이자,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가깝고 부담도 없는 일본 대마도(Tsushima)로 여행 장소를 정했다.
엄마는 태어나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우리가 차편과 배편, 숙소를 모두 예약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체크했다. 어느 날은 밤늦게 전화를 걸어 “아직 한국에 갚지 못한 대출이 조금 있는데, 출국할 수 있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걱정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나는 내친김에 배에 탈 때는 꼭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는 농담을 건넸다.
새벽같이 출국 수속을 밟으면서도 엄마는 내내 긴장한 눈치였다. 내 손을 꼭 잡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은 외국어를 못 하니 네가 꼭 뒤에 바로 따라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준비해온 몇 가지 일본어를 달달 외우는 일을 계속했다.
오빠는 구태여 엄마의 일본어를 고쳐주었다. 엄마는 너무 길다, 하며 어린 소녀처럼 웃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던 우리의 첫 가족 여행은 내내 삐딱선을 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엄마는 약해져 있었고, 그런 엄마를 무작정 받아주고 챙겨주기엔 우리 머리가 너무나 커버렸다. 물론 지금은 종종 그때의 다툼을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웃는 시간을 보내기도 할 만큼 제법 단단해졌다.
대마도 여행을 떠나 전까지 우리는 엄마의 소녀 같은 모습에만 취해있었다. 어쩌면 엄마에게 휘게를 선물한다는 뿌듯함에 취해 나이가 들어버린 엄마의 몸과 마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나를 안고 수없이 많은 언덕을 오르내렸던 엄마가 이제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비탈을 내려오는 일에도 쉽게 지쳐버렸다. 새벽마다 호 수로 따지면 몇십 집이 넘는 곳에 어떤 신문과 어떤 우유가 들어가는지 달달 외우던 엄마는 이제 낯선 외국어 여덟 글자를 외우는 일에도 바짝 긴장했다.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에,
속절없는 나이 듦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STEP 1. 서울 발-부산 행 마지막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이동(기차박)
STEP 2. 부산-대마도 첫 배편을 타고 이동
STEP 3. 즐거운(?) 대마도 버스 & 도보 여행(1박)
STEP 4. 대마도 발-부산 행 오후 배편을 타고 이동
STEP 5. 부산 발-서울 행 KTX를 타고 이동
우리는 위와 같은 순서로 대마도 1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산 행 마지막 무궁화 호를 타고 약 5시간 정도를 달려 부산역에 닿았다. 기차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첫 배편으로 대마도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오래 걸리는 무궁화 호를 택했다.
부산역에 내려 잠시 머물렀으면 좋으련만 바로 부산 여객선 터미널까지 걸어간 통에 아직 열지 않은 문을 부여잡고 매서운 10월의 새벽바람을 맞아야 했다. 5시 정도에 텅 빈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가서 약 4시간 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가 첫 배편을 타고 대마도로 향했다. 우리는 평일에 가기도 했고, 니나 호 첫 출항 시기에 맞춰 특가로 예약했기 때문에 배편을 엄청 저렴하게 구입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소셜커머스에서 대마도 특가 배편을 구한 사람들에 비하면 비싸게 예약했다)
패키지를 신청하거나 렌트를 하지 않았기에 버스를 이용해야 했고, 1시간에 1대 정도 다니는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배낭을 메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렇게 1박 2일을 여행하고 다시 대마도-부산-서울 루트로 집에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엄마를 포함한 우리 셋은 집에 오자마자 앓아누웠다. 조금 더 넉넉한 일정으로 부산까지 여행하고 돌아오는 방법을 추천한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