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부산 #대마도 #페리 #니나호
*대마도 배편에 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우리는 첫 가족 여행을 활기찬 월요일에, 그날 처음으로 취항하는 '니나 호'로 시작했다. 서울에서 11시경에 출발하는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5시간 남짓. 4시 10분 정도에 부산역에 내려 그날 처음으로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 입장했다. 약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텅 빈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을 배회하다 이 역시 처음으로 7시 정각에 수속을 마쳤다. 9시에 출발하는 니나 호는 8시부터 출국 심사가 가능했다.
부산과 대마도(Tsushima) 사이 대한해협은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대마도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 기상 상황에 따라 최악의 귀국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마도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날 우리를 안드로메다로 보낸 건 니나 호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니나 호는 "니나 타라!"라는 별칭이 있는 어마 무시한 배가 맞았다.
우리는 월요일 오전에 대마도 히타카츠항을 통해 대마도에 들어가 동일한 장소에서 화요일 오후 배편으로 나왔다. 월요일 오전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다. 엄마와 내가 따스한 햇살을 품고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보며 연신 우와, 라는 말을 외쳐대는 통에 오빠가 창피한지 질끈 눈을 감기도 했다(어쩌면 멀미를 감추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흐리면 배가 많이 흔들린다고 멀미약을 꼭 챙겨 먹으라는 말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승자의 미소를 보였다.
월요일 오후부터 화요일까지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부산에는 잠깐 비가 내렸다고 했다. 대마도로 올 때 아무도(오빠는 아무래도 모르겠다) 멀미를 하지 않았던 터라 우리 셋은 기세 등등하게 배에 올랐다. 그 와중에 오빠는 혼자 멀미약을 사서 먹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살짝(?) 겁을 먹었다. 오는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사방으로 둘러싸인 배 창문은 아직도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저 정도면 일반석인 1층은 거의 잠겨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방송에서는 무료로 멀미약을 나눠주고 있다며 멀미약 복용을 권유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멀미약을 삼켰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잠이 들겠노라, 거의 동시에 다짐했다.
우리 뒤쪽에 앉은 중년 남성 셋은 낚시를 온 모양이었다. 물줄기가 흐르는 창을 보고도 멀미약을 먹는 자는 패배자라는 식으로 서로 자존심을 부렸다. 그들의 최후는 비참했다. 우리가 두 눈을 질끈 감고 흔들리는 배와의 사투를 벌이는 사이 그들은 화장실로 사라져 한참을 돌아오지 못했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잠시 창을 내다봤을 때 나는 니나 호의 참담함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우리보다 약간 큰 페리가 일으키는 물보라에 니나 호는 점점 옆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아, 큰 배를 탈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참에도 여기저기서 구역질을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가족은 다시는 배를 타고 여행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섬나라를 여행하며 온갖 배를 다 타봤던 나지만 부산항에 내려서도 롤러코스터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통에 한참을 의자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우리는 니나 호 크기가 문제라고 단정 지었다. 알고 보니 니나 호는 물 위에 둥둥 떠서 가는 다른 페리와 달리 물에 배 일부분이 잠겨서 가는 형태라고 한다. 배의 형태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둥둥 떠서 가는 다른 배들이 앞으로 전진할 때 우리가 탔던 니나 호는 양옆으로 요동치며 사선으로 바닷속(?)을 헤맸다. 그날따라 기상 상황이 최악이었고 신규 취항한 배편이라 모든 게 서툴렀다고 생각하더라도, 내 생에 니나 호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우리 이제는, 앞으로 쑥쑥 잘 나가는 둥둥배를 타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 대마도를 가는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배편.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일본 본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다시 대마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돈도 시간도 훨씬 비효율적이다.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는 가까운 일본으로 가는 크고 작은 선박이 많다. 그중 대마도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30분 내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일본에 속한다.
대마도는 총 2개 항구가 있다.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부터 약 1시간 10분~30분 정도 소요되는 히타카츠(Hitakatsu) 항과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이즈하라(Izuhara) 항이다. 내가 대마도에 갈 때만 해도 신규 취항한 니나 호까지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는 배편은 총 5개였다. 최근에는 이즈하라 항만 가는 블루쓰시마 호가 생겨 총 6개 배편이 있다고 한다.
비교적 부산이랑 가까운 히타카츠 항에 가는 배편은 오션플라워 호, 비틀 호, 코비 호, 니나 호, 오로라 호까지 총 5개로 최근 취항한 블루쓰시마 호를 제외하고 모든 배편이 히타카츠항에 간다. 이즈하라 항까지 가는 배편은 코비 호, 오션플라워 호, 블루쓰시마 호 총 3개다. 각 배편마다, 날짜와 시간별로 운항하는 구간이 달라 그때그때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대마도 배편을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은 비행기를 예약할 때와 같다. 각 배편을 운항하는 회사 공식 사이트를 이용하기보다 여행사 프로모션을 노리거나 쿠팡,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 할인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보통 왕복 배편이 12~15만 원 선이라면 소셜커머스에서 시기를 잘 타면 5~7만 원 대에도 예약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방법을 알지 못해 신규 취항 이벤트에도 저렴하지 않은 가격으로 배편을 예약했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