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대마도 #히타카츠 #니이
*히타카츠 항 짐 보관에 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우리는 히타카츠 항에 내리자마자 이즈하라행 버스에 올랐다. 애초 계획은 히타카츠 항에 각자 짊어지고 온 배낭을 보관하고 느긋하게 버스에 오르는 그림이었다. 히타카츠 항에 내리자마자 정차된 버스를 본 우리는 고된 여정의 서막이 오르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11시 30분(버스 시간표 확인 : http://www.tsushima-busan.or.kr)에 출발하는 이 버스를 놓친다면 다음 버스까지 한 시간 삼십 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니이에서 보려고 했던 에보시다케와 와타츠미 신사를 전부 둘러보지도 못하고 다시 히타카츠행 버스에 올라 탈 게 뻔했다.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좁은 도로를 하염없이 내달렸다. 마주오는 차량이 코앞을 스쳐가는 아슬아슬한 버스코스터를 타고 굽이진 길을 돌아 돌아 니이로 향했다. 공사를 하는 구간에서는 속도가 줄었으며 곡선 코스에서 반대 방향 차와 마주칠 때는 어느 한쪽이 반드시 정차를 했다. 일본이 자동차도 작고 도로가 좁은 줄도 알고 있었지만 이곳 사람들의 운전 실력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 순간이 아슬아슬했다. 히타카츠부터 우리만 싣고 달려온 버스는 정확히 12시 45분에 인적이 드문 니이 역에 우리를 내려줬다. 정류장을 보고 정선에 갈 때 내렸던 작은 시외버스터미널을 떠올렸다. 정류장 주변으로 작은 가게 대여섯 곳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 영업을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한 동네였다. 우리 셋은 거의 동시에 이래서 일본 소도시인가 라는 말을 내뱉었다. 동네도 작고, 사람도 적은 소도시.
우리는 구글 맵으로 미리 봐 두었던 바류-마트를 향해 걸었다. 에보시다케 정상에 올라 먹을 낭만적인 점심 도시락을 사기 위해서였다. 바류-마트로 향하는 약 15분 남짓한 동안 우리는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있지도 않은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온 기분이 들었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로 우리를 따스히 반겼고 하늘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색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가게 앞에 쪼르르 놓인 화분 몇 개에도 웃음이 났고, 길에 있는 조그마한 간판이나 석상에도 눈길이 갔다. 진짜 여행의 시작이구나,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각자의 니이를 탐닉했다.
다시 니이 정류장에 도착해 정류장 옆에 딸린 작은 사무소에 택시를 부탁했다. 엄청 거창한 단어를 사용한 것 같지만, 우리가 한 말은 "탁시 오네가이시마스."가 전부였다. 친절한 사무소 직원은 전화를 건 뒤 사무소 밖에 나와 주변을 살폈다. 저 멀리 택시가 눈에 보이자 그제야 안심이라는 표정을 보였다. 우리보다 더 긴장한 듯한 세심한 배려에 가뜩이나 들뜬 기분이 더욱 업되었다. 일본에서 택시를 처음 타본 엄마는 뒷좌석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에 감동했다. 한국에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연신 호들갑을 떨었다. 신문물을 접한 엄마와 수다를 떠는 사이 우리는 에보시다케 전망대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1330엔으로 편하게 정상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문제없는 첫 가족 여행의 서두였다.
히타카츠 항과 이즈하라 항은 섬의 끝과 끝이다. 두 항구 사이에 위치한 내륙 곳곳에 관광지가 있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커서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다. 우리는 그 불편을 몸소 체험했다. 사실 히타카츠 항 보관함에 400엔이면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다고 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방문했다.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니 히타카츠 항이 오후 5시에 닫아서 우리가 니이에서 돌아오고 나면 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 넘는 버스가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던 우리는 1박 2일 짐이 든 배낭을 모두 짊어진 채로 버스에 올랐다. 히타카츠 항에 내린 여행객에서 짐 보관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1. 종일 어깨에 메고 다니며 고통스러운 밤을 맞이한다.
2. 히타카츠 항 국제 터미널에 보관하고 오후 5시 이후 내 짐이 갇혀 있는 상황과 마주한다.
3. 히타카츠 항 근처 숙소에 묵을 계획이라면 체크인 전 미리 방문해 짐을 맡긴다.
4. 히타카츠 항 근처에 짐을 맡아주는 가게들을 이용한다.
만약 같은 루트로 히타카츠 항에 방문한다면 아무런 고통 없이 빠르게 짐을 맡기고 니이로 이동할 수 있는 4번을 택하지 않을까. 히타카츠 항에는 짐을 보관해주는 가게들이 있다. 이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간만 잘 체크해두면 니이까지 다녀오더라도 짐을 맡기고 찾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 히타카츠 항 국제터미널(오전 9시- 오후 5시, 200엔-400엔)
: 국제터미널이 운영하는 시간에만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곳.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기본 크기 캐리어를 들고 온 여행객이라면 400엔짜리 보관함을 사용해야 하고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 짐은 관광 안내소에 500엔을 내고 맡길 수 있다.
2. 미용실 COPE(오전 9시-오후 8시, 캐리어 1개 1일 300엔)
: 히타카츠 항 근처 동네에 있는 미용실 COPE에서 짐을 맡아준다. 국제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빨간색 간판에 짐 보관소라고 크게 적혀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니이를 다녀오고 짐을 찾아도 될 정도다. 미용실에 방문해 간단한 개인 정보와 픽업 시간을 작성하면 손쉽게 짐을 맡길 수 있다. 캐리어 1개 기준 1일 300엔, 2일엔 500엔, 3일엔 700엔으로 짐을 맡아준다.
3. 친구야(오전 시-오후 4시, 배편 예약 및 렌털 서비스 이용 시 무료)
한국인 관광객에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친구야는 본래 버거로 유명한 음식점이자 카페다. 친구야 홈페이지를 통해 배편을 예약하거나 차나 자전거 렌털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하루 동안 무료로 짐을 보관해준다. 다만 오후 4시 전에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니이를 방문하는 사람은 이용하기 어렵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