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low Moments

나는 이제 못 걸어!

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대마도 #에보시다케 #와타츠미신사

by 김진빈

*이즈하라-히타카츠 특별 종단 버스에 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나는 이제 못 걸어!”


결국 사달이 났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한 강행군이 오후까지 계속되자 엄마는 백기를 들었다. 급기야 에보시다케 전망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차도에 주저앉은 엄마를 보고도 오빠는 말없이 앞서 걸었고, 나는 조금만 가면 된다 북돋우며 엄마를 부축해 걸음을 재촉했다. 엄마가 여행 내내 볼멘소리를 하는 통에 오빠도 나도 엄마만큼이나 지쳐 있었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정자에 앉아 미리 사온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엄마는 내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리가 굉장히 낭만적인 일이라 생각한 도시락 피크닉이 현실과 만나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가 앉은 정자로 수많은 관광객이 지나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우리의 피크닉을 쳐다봤다. 지대가 높아 강한 바람이 우리 사이를 강타했고 배가 고픈 우리는 도시락이 우리 입으로 제대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대마도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에서 느낀 감동은 잊은 지 오래였다.


우리를 에보시다케 전망대까지 데려다준 택시는 이미 떠났고, 택시를 부르려면 와타츠미 신사까지 걸어서 1시간가량을 내려가야 했다. 와타츠미 신사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는 열 대 가까이 되는 관광버스와 마주했으며, 이따금 엄마 또래 한국인 관광객 무리와 마주쳤다. 엄마는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인도가 없어 차도로 굽이진 길을 내려오는 젊은 남녀와 나이 든 여자 하나. 어깨에 더해진 무거운 짐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엄마는 그 시선을 불편해하면서도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는지 오빠와 내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엄마가 차도에 주저앉았을 때 관광버스에서 내린 한국인 관광객이 떠올랐다. 그들의 연령대가 엄마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엄마가 어느새 관광버스를 타고 떠나는 패키지여행이 더 편할 나이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여행에 와서야 깨닫다니. 참 무심한 자식들이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주변 경관을 보라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며 엄마를 겨우 달래 와타츠미 신사에 도착했다. 엄마가 또 다른 풍경에 감격해 있는 사이 우리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택시를 불렀다. 택시에서 엄마는 이제는 오래 걸으면 관절이 쑤신다는 둥 어색한 핑계를 늘어놓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얼른 호텔 근처에 가서 밥 먹고 쉬자.”


호텔이 있는 히타카츠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가량이 걸렸다. 버스에 오른 엄마는 제일 먼저 곯아떨어졌다. 아이처럼 잠이 든 엄마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그동안 참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옆에 놓인 커다란 배낭이 오늘의 무게를, 그리고 그동안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에세이집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잘못된 휘게'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DSCF7646.jpg 대마도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 마치 악어들이 무리 지어 있는 듯한 모습 같다.
DSCF7689.jpg 우리가 굉장히 낭만적인 일이라 생각한 도시락 피크닉은 현실과 좀 달랐다. 강풍이 불어 가벼운 것들은 바람을 타고 사라지는가 하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우리의 피크닉을 쳐다봤다.
IMG_8333.jpg 와타츠미 신사로 내려오는 한 시간 남짓한 동안 우리는 열 대 가까이 되는 관광버스와 마주했으며, 이따금 엄마 또래 한국인 관광객 무리와 마주쳤다.
IMG_8340.jpg 엄마는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는지 오빠와 내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IMG_8372.jpg “나는 이제 못 걸어!”
IMG_8349.jpg 결국 사달이 났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한 강행군이 오후까지 계속되자 엄마는 백기를 들었다.
IMG_8388.jpg 엄마가 차도에 주저앉았을 때 관광버스에서 내린 한국인 관광객이 떠올랐다.
IMG_8397.jpg 엄마가 어느새 관광버스를 타고 떠나는 패키지여행이 더 편할 나이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여행에 와서야 깨닫다니. 참 무심한 자식들이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IMG_8400.jpg 주변 경관을 보라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며 엄마를 겨우 달래 와타츠미 신사에 도착했다.
IMG_8408.jpg 택시에서 엄마는 이제는 오래 걸으면 관절이 쑤신다는 둥 어색한 핑계를 늘어놓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DSCF7717.jpg 다시 히타카츠호 향하는 버스에서 아이처럼 잠이 든 엄마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그동안 참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DSCF7714.jpg 엄마 옆에 놓인 커다란 배낭이 오늘의 무게를, 그리고 그동안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히타카츠에서 니이(에보시다케 전망대, 와타츠미 신사) 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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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와 히타카츠를 대하는 그들의 온도차

우리가 택했던 방법은 일반 시내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일반 시내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나마 렌트나 투어 없이 개인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시간 선택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선택지다. 히타카츠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지인 니이까지는 편도 요금이 2300엔이다. 히타카츠에서 니이 이상으로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1000엔짜리 프리패스권을 끊으면 이득이다.


2018년부터 관광객이 많은 금, 토, 일, 월에는 일반 시내버스 외에도 이즈하라와 히타카츠를 오가는 특별 종단 버스가 생겼다고 하는데, 중간에 하차할 수 없고 무조건 이즈하라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패스. 이외에도 렌터카를 렌털 하거나 투어 버스를 미리 예약해 편하게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도보 여행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이렇다.

1. 히타카츠 국제터미널에서 1000엔짜리 1일 프리패스권을 구입한다.

2. 가지고 온 짐을 짐을 보관해주는 곳(이전 글 참고)에 맡긴다.

3. 버스를 타고 히타카츠-니이로 이동한다.

4. 니이 정류장에서 콜택시를 요청해 에보시다케 전망대까지 간다. 가뿐한 어깨로 와타츠미 신사까지 걷는다. (사실상 전망대를 보는데 10-20분이면 충분하니 택시 기사에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분에 의하면 쪽지에 3:30 이렇게 시간을 써서 보여주면 택시 기사님이 그 시간에 맞춰 와주신다고도 한다)

5. 와타츠미 신사 푸드트럭에서 콜택시를 불러 다시 니이 정류장으로 이동. 히타카츠행 버스에 오른다.

이는 사실상 우리가 다녀온 코스다. 이 도보 코스는 양쪽 어깨가 가뿐하고 가족 여행이 아닐 때 서로 기분 상하는 일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일정이다. 부모님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면 대마도로 떠나기 전 미리 렌터카나 투어 버스를 예약하는 편이 좋겠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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