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대마도 #히타카츠 #카미소호텔
*대마도 카미소 호텔에 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엄마랑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다. 엄마는 그 후로도 한참 잠이 오지 않아 여행 틈틈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다음 날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뒤척이는 통에 나까지 아침잠을 설쳤다. 엄마가 커튼을 열어젖혀 어두운 방으로 빛이 새어들었다. 나는 새어든 빛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어제의 강행군으로 지쳐있는 탓이었다.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딸, 좀 일어나 봐!”
알람이 울리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내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본 엄마는 테라스를 가리키며 일출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눈을 감고 있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테라스로 나선 나는 엄마보다 더 큰 호들갑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이 했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호들갑을 떠는 사이 옆 방에 묵던 백발 할아버지도 테라스로 나와 일출을 캠코더로 담았다. 엄마는 한참 옆 방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 엄마는 예전부터 좋은 옷을 입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도 외할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늘 그랬고, 늘 엄마에게 좋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선물해주려고 노력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에게 좋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선물해주며 살아왔다.
촉촉이 젖은 엄마의 눈에 태양이 닿아 유리구슬처럼 빛을 냈다. 문득 오늘 아침이 내게도, 엄마에게도 그런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서로를 위해 선물해줄. 아직 씻지도 않았다는 엄마의 손사래에도 더 즐겁게 사진을 찍고 더 크게 호들갑을 떨었다. 마침내 오늘의 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엄마는 사진 찍는 일을 멈추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꼭 감은 엄마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엄마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늘 그렇듯 우리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을까. 나는 두 손을 모아 엄마의 새로운 날들을 빌었다. 엄마가 더 좋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지금보다 더 즐겁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에세이집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잘못된 휘게'에서 발췌해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16:00 체크 인
바우처를 받아 든 프런트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머리 길이가 어깨까지 오는 오빠를 향해 "남자? 뇨자?"라고 물어왔다.
귀여운 오해가 섞인 한국어에 "오토코"라고 답해주자 대욕장 설명과 함께 객실 열쇠를 주셨다.
10:00 체크 아웃
10시에 딱 맞춰 나왔더니 프런트 직원이 셔틀버스를 운행하러 갔다고 한다.
항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10시와 15시 하루 딱 2번인데, 오토코가 늦장을 부린 통에 셔틀을 놓쳤다.
히타카츠 항까지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체크 아웃을 마치고 항구까지 데려다주셨다.
북쪽항인 히타카츠에는 민숙을 제외하면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얼마 없다. 여행에서 숙박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인데, 엄마랑 함께하는 이번 여행에는 신경이 쓰였다. 출발 일주일 전까지 고민하다 엄마와 함께 1박 2일을 보내야 하는 우리가 선택한 카미소호텔. 이제는 대마도에 다시 가야 하는 이유가 됐다. 커튼을 열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쁘게 빛이 든다.
산책로를 따라 10분만 걸으면 니시도모리 해수욕장이 있고, 오션뷰 객실도 많다. 대마도는 객실별이 아닌 1인당 요금을 받는다. 카미소호텔은 조식을 포함한 가격이 한화로 약 7-8만 원 선이다. 민숙에 비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객실 상태도, 뷰도, 서비스도 최고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