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low Moments

함께 밥을 먹는 일

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대마도 #카미소 호텔 #조식

by 김진빈

*대마도 카미소 호텔 조식에 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밥은.”


엄마는 우리 얼굴만 보면 끼니 걱정을 했다. 밥은, 하는 물음은 항상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로 끝을 맺었다. 마침표는 어떤 내용을 설명하는 문장이나 무엇을 하도록 시키는 문장, 함께 하기를 요청하는 문장을 마칠 때 쓰는 문장 부호다. 그러니까 엄마가 하는 끼니 걱정은, 마침표가 가진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일 테다.


“밥은.”

“엄마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는 어김없이 가장 먼저 끼니 걱정을 했다. 그러면 나는 엄마의 끼니를 걱정하는 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밥을 먹은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가스 불을 켰다. 나는 다시 엄마의 끼니를 물었다. 엄마는 일하다가 먹었다며 나를 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밥을 거르면 안 된다, 너라도 잘 챙겨 먹어야지 엄마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지. 끼니를 묻는 엄마의 마침표는 “밥을 먹어라.”라고 말하는 두 번째 의미였다. 엄마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때 내 마침표는 “같이 먹어요.”라는 세 번째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밤늦게 집에 들어가거나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잦아졌다. 반대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엄마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틈만 나면 전화를 걸었다. 텅 빈 집이 만드는 공허를 아는 나는 엄마의 이유 없는 전화에 몇 번 부리나케 집으로 갔다. 그러나 이내 엄마의 쓸쓸함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아졌다.


“밥은.”

“먹었어.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됐다. 엄마의 마침표는 “밥 좀 같이 먹자.”라고 하는 세 번째 의미였지만 내 마침표는 “얼른 챙겨 먹어.” 하는 두 번째 의미였다. 우리의 방향은 늘 그렇게 엇갈렸다.


"우리 밥은."

"먹으러 내려가야지."


대마도 카미소 호텔에서 잘 차려진 조식을 함께 먹으며 의식주 중 '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서로 엇갈린 방향을 바라보던 그때의 우리는 '식'을 함께 밥을 먹는다는 '식(食)'사에 의미가 아니라, 오늘 하루에 치러내야 할 귀찮은 일종의 의'식(式)'으로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여행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일이 어렵다니. 함께 밥을 먹는 일이 대수롭지 않던 우리 가족이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서로의 방향을 향해서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퍼졌다.


밥을 오물오물 씹던 엄마는 얼른 먹으라는 듯 턱끝을 내 쪽으로 밀었다 당겼다. 나는 가시를 바른 내 생선 접시와 엄마의 접시를 맞바꿨다. 어렸을 때 이 일은 오롯이 엄마 담당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엄마는 아이처럼 누군가 발라주기를 기다렸다. 엄마는 나를 보고 씨-익 웃어 보이더니 먹이를 받아 든 아기새처럼 맛있게 밥을 먹었다. 가리는 음식이 많은 엄마 입맛에도 조식이 잘 맞았던 모양인지 엄마는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고츠소우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던 엄마는 잘 먹었습니다, 라는 표현을 일본어로 달달달 외웠다. 엄마는 문을 나서며 큰 소리로 인사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오빠와 나는 엄마의 아이 같음에 살짝 웃음이 났다.


대마도로 첫 가족 여행을 다녀온 이후 우리는 한 달에 두세 번씩 일부러 시간을 내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집보다 조금은 낯선 음식점에서 재회할 때가 많지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끼니를 함께 한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함께라는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는 날을 정하는 신호는 간단하다. 누군가 카카오톡으로 한 문장만 남기면 된다. 밥은.


*에세이집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엄마의 끼니 걱정'에서 발췌해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바닷소리와 함께 즐기는 조식. (사실 장난 아니게 센 아침 해에 눈이 부셔 혼이 났다)
카미소 1층 프런트 안쪽에 위치한 식당. 시간 맞춰 내려가면 객실별로 자리가 마련돼 있다.
찬이 준비되는 동안 테이블에 놓인 따듯한 녹차로 몸을 데웠다.
정갈한 일본 가정식 백반을 인원수에 맞춰 즉석으로 조리해주신다.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미리 준비된 연두부. 테이블에 세팅된 간장을 기호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다.
오토코의 대마도 최애 음식, 도토리 장아찌. 다람쥐가 왜 도토리를 입에 모으는지 알겠다.
하나만 덜어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토코가 그릇에 담긴 걸 싹 해치웠다.
일본인이 한국 김을 엄청 사가는데 일본 김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살짝 단맛이 돈다.
후식 커피는 셀프! 고츠소우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일본 가정식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곳,

대마도 카미소 호텔 조식


카미소 호텔 조식 시간은

AM 7:30-8:30

일본에서는 늘 뷔페식 조식만 먹었는데, 정갈한 일본 가정식 한상차림을 먹으니 시골집에 오랜만에 내려가 대접받고 온 기분이 들었다. 마치 대마도에 자연경관을 보라 갔다가 뜻밖의 호캉스를 즐기고 온 기분이랄까? 바닷소리와 함께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조식 시간에 맞춰 카미소 호텔 1층 프런트 안쪽에 위치한 식당으로 가자. 시간에 맞춰 내려가면 객실별로 별도 자리가 마련돼 있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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