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본 대마도 가족 여행 #대마도 #히타카츠 #산책 #고양이
*대마도 히타카츠 항 근처에서 고양이를 만난 곳에 대한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골목에 들어서면 차 밑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카메라를 든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마찬가지다. 따듯한 자리를 찾아 식빵을 굽고 있을 길고양이 상상하면서 괜히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야옹- 흉내를 내보기도 한다. 어쩌다 지나가는 길고양이와 마주할 기회가 생기면,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연신 아이컨텍을 시도한다. 너도 얼른 눈키스를 해줘. 그렇게 닦달하는 내게 고양이는 언제나 냉소적이다. 따스한 오후 햇살을 즐기는 그들에게 나는 귀찮은 이방인 정도일 테니까. 그러면 나는 그래. 그게 네 매력이야, 하고는 멀찌감치 떨어져 한동안 같이 식빵을 굽는다.
엄마는 나와 정반대다. 고양이를 싫어한다. 아니, 정말 무서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생각하는 고양이는 언제나 캄캄한 밤 속에 있다. 엄마는 우리가 어렸을 때 꽤 오랫동안 새벽 같이 일어나 일을 나가야 했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쏜살같이 지나가는 검은 형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보고 놀란 엄마의 얕은 비명에 고양이가 또 놀라는 일이 매일 같이 반복돼도 엄마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 엄마는 그시절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고백했다. 캄캄한 어둠과 고양이. 그 둘은 언제나 나를 매섭게 따라다녔다고.
엄마와 히타카츠 항 산책을 시작하자마자 고양이를 만났다. 히타카츠 동네 빵집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빵을 사들고 볕이 좋은 강가에 자리를 잡았을 때였다. 건너편 강둑에 패인 작은 홈이 고양이가 광합성을 하는 장소인듯 했다. 그 뒤로 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강을 사이에 두고도 바짝 긴장한 눈치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오빠와 나는 곧바로 다리를 건넜다. 고양이는 모두 넷이었다. 사람과 교류가 잦은 모양인지 바짝 치켜든 꼬리 끝을 살짝 말아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사이 엄마는 멀찌감치 떨어져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고양이가 자신에게 올까봐 경계태세를 세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우리를 향해 쫑긋 세운 귀를 보니 밥을 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렇게 말하며 머리와 목덜미를 쓰다듬었더니 기분이 좋은지 고양이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가만히 있네?"
엄마는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이때다 싶었는지 두 마리가 엄마를 향해 돌진했다. 한 마리가 돌처럼 굳은 채 서 있는 엄마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냄새를 묻혔다. 바짝 올라간 꼬리는 화가 났다는 신호가 아니냐며 엄마는 겁을 집어 삼킨 아이 같은 표정을 했다.
"엄마한테 사랑을 달라고 말하는 거야. 지금."
고양이 언어에 대해 듣고 나서야 엄마는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환한 낮에 만난 고양이가 신기하면서도 캄캄한 밤이 생각나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듯 햇다. 우리처럼 한 번 쓰다듬어주라는 말에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는 아직 캄캄한 밤과 환한 낮 사이, 새벽 녘 어딘가에 서 있는 듯 했다. 우리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고양이도 금새 우리에게 흥미를 잃고 따듯한 자리를 찾아 다시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엄마는 대뜸 고양이를 일본어로 뭐라고 부르냐고 물었다. 네코라는 오빠의 대답에 엄마는 고양이를 향해 수줍게 말했다.
"안녕, 네코!"
고양이는 자신의 생활권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동네에는 몇 년째 한 곳 주위를 머물며 사는 고양이가 꽤 있다. 히타카츠 항 근처 동네도 누군가 길고양이를 위해 밥을 주는 듯 했다. 한 곳에 무리지어 모여 있는 점도 그렇고, 특히 우리가 다가가자마자 경계 없이 바로 들이대는 모습에서 분명 사람과 교류가 잦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만난 곳은 히타카츠 항에서 항구를 따라 터미널 방면으로 걸으면 나오는 큰 공터였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로 걸으며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으니, 히타카츠 항에 짐을 맡기고 바다를 따라 걷는 방법을 추천한다.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
공백 없이 흐르는 일상이 지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저물어갈 때까지 한 지역을 걷고 또 걸으며 남긴 기록.
하루 12시간 도보 여행자가 붙잡아둔 순간들이, 누군가의 일상 탈출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