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퇴근을 마친 오후, 침대에 가로누워 창밖을 본다. 마른땅이 촉촉이 젖었을 때 나는 여름 냄새가 다시 짙어지는 걸 보니 곧 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파란 하늘에 뜬 구름을 헤아려 보는 일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맛비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도 할 수 없는 창문 액자는 영 볼품이 없다.
지난한 시간을 지난하다 생각하는 일이 두려워 머리맡에 미뤄둔 책으로 도망을 친다. 눈이 몇 글자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털털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함께 문득 책 속에서 빠져나온 정신이 느닷없이 기억의 이곳저곳을 더듬거린다.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둔 채 밀린 원고에 파묻혀 땀 흘리며 지냈던 지난여름. 매일 같이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깨물며 졸음을 참았던 날도, 혀 사이로 자두 씨를 오돌오돌 돌려 가며 간신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던 날도 모두 지나가버렸다.
하루를 쉽 없이 달려 까만 밤이 되어서야 헤아려 보던, 눅눅해진 이불 위에 그려진 나의 슬픔. 그 시간이 모두 단단한 글이 되었다.
그 여름이 다시 왔다.
두 권의 책이 빠져나간 자리를 매운 공허와 함께.
2019년 6월 28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