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잘하는 게 뭐야!
제가 중학생 때 일하러 가신 엄마대신 아버지 식사를 준비해드린 적이 있어요. 아버지께서 알려 주신대로 찬장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냄비에 넣고 물을 붓고 끓여드렸는데 아버지께서 맛있게 드시면서 하신 말씀이었어요.
"우리정미는 뭐든지 잘해."
저는 어려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주야 근무를 하면서도 철없이 즐거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때는 신혼 때에요. 친구 소개로 만나 데이트를 다섯 번을 하기도 전에 결혼날짜를 잡았어요. 정말 눈물 마를 날 없는 결혼 생활이었어요. 사흘이 멀다고 울었어요. 그 눈물을 모으면 고로쇠 수액 2리터가 넘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결혼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남편은 저에게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고 할 때가 있어요. 저는 기분 나빠하면서 삐지고 말대꾸도 하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난 귀염자체잖아” 라고 두 손으로 양 볼을 감싸고 눈을 깜빡 꺼리면서 귀여운 척을 해요. 그러면 남편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요. 가끔은 “그래 그래. 당신은 귀여운 걸로 할 일 다 했어”라고 하기도 해요. 좀 더 진즉에 여우처럼 지혜로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울 때가 있어요.
제가 설마 뭐든지 잘하겠어요? 저는 어려울 때 포기하거나 불평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해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내 신세를 탓하기 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봐요. 그리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고 할까요. ‘괜찮아, 잘했어!’ 하면서요.
'오늘도 잘했어요' 오잘줌마가 된 씨앗이 아버지의 그 말씀이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남편에게 '내가 잘하는 말'이 뭐냐고 물어봤어요. 남편이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잘했어"를 많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