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야 세상에서 무얼보았니?'
언젠가부터 밤에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날에는 아버지에게 보고하듯이 중얼거리기도 한다.
'아버지, 있잖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 떨었어요. 그리고 운동을 했구요, 집 청소도 했어요 어쩌구 저쩌구...'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이런 말씀이 들렸다.
“정미야 세상에서 무얼 보았니?”
나는 세상에서 무얼 보았냐고 묻는 말이 ‘세상에서 뭐하다 왔니?’ ‘내가 너에게 준 것들로 무엇을 하고 돌아왔니?’ 라고 들렸다.
천상병 시인은 세상 떠날 때 이 세상 소풍 즐거웠다고 말했다. 나는 과연 이 세상 소풍이 즐거웠을까.
내가 가장 암담했을 때는 2016년 좋아하는 일을 갑자기 할 수 없을 때였다. 2015년 내가 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불편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주위환경이 나를 무능하게 느끼게 했다. 일을 많이 하면 돈을 좀 더 벌게 되는 것은 그 당시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일하는 자체가 행복했다. 나는 일년에 몇 번 강의해도 그 행복감은 몇 년을 곱씹고 느끼는 특별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어느 날 내 머리에 ‘오잘’ 이라는 씨앗이 내려왔다. 오잘은 리더십캠프를 할 때 2박 3일 빡빡한 일정에 힘들어하는 리더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늘도 잘했어요’ 하면서 응원하는 말이었다.
2002년부터 몇 년을 노력해서 리더십강사가 되었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강의를 불러주는 곳도 꽤 있었다. 거리가 멀든 강의료가 적든 강의하러 가는 날은 언제나 행복했다. 이렇게 꿈같은 일을 2016년 5월 하루아침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에 밟히는 게 자신의 강점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지인이 말했다. 내가 리더십 강사로 일을 할 때 힘들어하는 사람은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이야긴지 그의 이야긴지 모르게 대화를 하게 된다. 어느 순간 상대의 눈빛이 빚나는 걸 보면 나는 허리가 펴지고 숨을 쉬게 된다.
‘세상에서 무얼 보았니?’ 라는 물음에 세상에서 나는 어떤 일을 했는가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일한 것은 리더십 강의를 하는 것이다. 십 오년 동안 대학생 만 명 이상을 만나 강의를 했고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 명 이상의 대표님들에게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면서 내 마음이 가는 곳은 힘들어하는 사람, 애쓰는 사람이었다.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나는 마음이 무척 쓰인다. 2박 3일 캠프 내내 주위를 맴돌면서 관심을 기울인다.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살아오면서 후회하거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발표할 때 마음을 다잡으며 피드백을 한다.
꽃배달을 하는 사람 손에는 꽃향기가 나고, 우유배달 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말이 있다. 리더십 강사로 십 오년을 일하면서 나의 리더십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기다릴 수 있다.
'정미야~세상에서 무얼보았니?'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