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남편 있어요

누가누가 힘드나

by 오잘줌마

어릴 적 44년 전 일이다.


나는 호적에 나이가 한 살 줄게 올라있다. 나는 여덟살에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실제 나이로는 아홉살에 국민학교 1학년이 된 것이다. 동네 친구 순아는 일곱살에 학교에 입학했다. 내 여동생은 나 보다 두 살 어리다. 내 동생과 순아는 동갑이다. 뭔 개족보인가싶지만 그땐 그런일이 흔했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반에 나이가 줄어서 입학해서 나 보다 한 살 더 많은 친구가 있었다. 뭐때문인 지 모르지만 그 애랑 한번 싸웠다. 그애가 소리쳤다.


"야! 너 몇살이야?"


내가 살던 동네는 좁은 골목길 중간쯤에 수돗가가 있었다. 아줌마들이 음식준비를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는 공동수도다. 국민학교 6학년 쯤 일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돌아오는 날이었다. 깍쨍이 순아엄마가 나를 부르면서 시험 잘봤냐고 물었다. 잘봤다고 했다. 아줌마가 말했다.


"넌 우리 순아보다 두 살이 많으니까 그렇지."


나는 오십대 후반이다. 주위에 아는 동생들이랑 이런 저런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한다. 돌싱이 된 동생은 앞날을 걱정한다. 나도 앞날을 기대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가끔 '누가 누가 더 개고생했나' 내기 하는것처럼 눈물 콧물 찍었던 날들을 열거한다. 가끔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도 늘 새로운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그녀의 한 마디로 이야기는 늘 나의 승리로 끝이 난다.


"언니는 아저씨가 있잖아."


네 명의 여자와 1박 2일을 함께하며 짊어진 삶의 무게에 작아진 날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야 하는 날들에 대해 자정을 넘기며 이야기 나누었다. 입을 닫고 지갑을 활짝 열고 싶은 로망을 갖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 나의 입이 활짝 열렸다. 그러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나의 입이 닫혔다


"그래도 정미는 남편이 있잖아."


사자처럼 빠른 남편과, 먹은 것을 서너 번 되새김질해야 소화를 시키는 소같은 나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가야할 길의 저자 스캇 펙은 말했다.


'삶은 고해 苦海 다.'


점심을 먹고 '내카드'를 꺼냈다. 고마운 언니들에게 맛있는 밥 사려고 특별히 챙겨온 내 카드다. 평소에는 남편 카드를 물 쓰듯이 쓰다가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를 할 때 나는 지갑에서 내 카드를 챙긴다.


맞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남카'를 쓰고있다.


나에게는 남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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