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리운 캠프

by 오잘줌마

'오예스를 살까 몽셀통통을 살까'


사소하게 신경쓸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3년 째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지못하고 있다.


대학생 2박 3일 리더십캠프를 진행하게 되면 할일이 무척 많다. 강사섭외부터 학생들 간식까지 챙겨야 할 게 백 가지는 되는 것 같다. 서른 개의 체크리스트를 체크하면서 준비해도 아차 하는 순간 중요한 걸 빼먹을 때가 있다. 한번은 프랜카드 문구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서 당황한 적이 있다. 수원에서 강원도 정선까지 긴급택배로 받아서 무사히 오리엔테이션을 할 수 있었다.


캠프 중에 가장 신경쓰이는 건 숙박캠프 특성상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밤에 술을 마시려고 하는 걸 감시?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숙소에 술을 감추는 걸 찾는 것은 마치 007 작전에 가깝다. 화장실 변기 물 담기는 곳에 숨기고, 숙소 천정 설비 점검하는 정사각형 작은 네모칸을 열고 천장에 숨기기도 한다. 의자를 가져와서 키가 큰 코치에게 올라가서 열게 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더듬어 술병을 꺼낸다. 옷장과 신발장은 순진한 생각이다. 숙소를 점검하는 동안 자기들끼리 카톡을 이용해 술병을 이방 저방으로 옮기기도 한다. 12시에 숙소 점검을 마치고 새벽 1시에 취침 시간을 알리면서 다시 한번 인원 점검을 한다. 캠프를 운영하는 책임 코치가 새벽 2~3시쯤 마지막으로 숙소를 돌기도 한다. 그 때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 숙소를 이탈하는 학생들이 발생한다. 새벽 점검 때 숙소 통로에서 방황하는 학생을 볼 때가 있다. 숙소를 옮기자고 하는 과정에서 이방으로 가기도 저방으로 가기도 애매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숙소에 부재중인 학생에게 전화를 걸면 받지않거나 뻔한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한번은 같은 숙소를 배정받은 학생이 연락을 해서 술병 박스를 발견한 적도 있다. 대병 소주를 커다란 가방에 가져와서 내가 들기도 힘든 적이 있다. 건강하고 무탈하게만 마칠 수 있다면 왜 그 심정을 모르겠는가. 나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술에 필름이 끊긴 경험을 두 번이나 했는데 말이다.


술병을 숨기고 찾는 일을 매번 하다보면 어느 땐, 참 열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째 날 잠도 부족한데 술을 마시게 되면 둘째날은 하루 종일 조느라 강의 참여 및 팀활동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수업 중에 강의실에 토하기도 한 적도 있다. 연수원 청소 담당분에게 부탁할 상황이 안되니 내가 직접 치울 수 밖에 없다. 컨디션이 많이 안좋다며 숙소에서 잠깐 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밤 늦게까지 진행하는 리더십 과정이라 팀 프로젝트도 있어서 이틀 동안 잠이 부족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술을 먹으면 입소 할 때 모습은 온데 없다.


나도 회사생활할 때 연수를 가면 빡빡한 일정에 피곤하고 힘든 적이 있었다. 지나고 보면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캠프를 마무리할 때 수료 소감문을 작성한다. 많은 학생들이 힘들지만 뿌듯한 캠프로 기억될 거 같다고 한다. 처음엔 낯설고 발표 부담 때문에 그 다음엔 빡빡한 일정과 처음 보는 학생들과 팀프로젝트를 하느라 힘들었지만 보람 있다면서 또 오고 싶다는 학생도 있다. 다음 캠프에 코치로 참여해서 다시 한번 리더십 훈련을 하고 참여 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학생도 있다. 코치로 스무 번 이상 참여하면서 강사의 꿈을 꾸고 강사가 된 학생들 여럿이 이제는 나와 같은 강사로써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난리북새통을 수 십번 경험했다. 매번 긴장했고 다리는 퉁퉁 붓고 목은 컬컬해지지만 너무도 그립다. 만 명이상의 대학생을 만났다. 짧다면 짧은 2박 3일만에 변화가 확연한 학생들이 생각나고,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고마운 친구들이 연락을 줘서 지금도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다.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친구가 있고 삼십 대 성인이 된 친구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지내는 친구도 여럿이다.


3년 동안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사업의 주 프로그램인 캠프는 물론 교양과목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2박 3일 캠프를 활기있게 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려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바쁠 땐 계단을 두 개씩 뛰어다녀야 한다. 캠프 전체 진행을 하는 담당이면서 나의 사업이기에 하루 열 다섯시간을 서 있기도 한다. 연수원에서 보내는 하루 걸음이 만 보를 넘을 때가 있다. 다리통이 풀리기도 전에 캠프를 연속으로 진행했고, 두 세 군데 연수원에서 동시에 캠프를 진행한 적고 있다.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나의 남편이 밤을 샌 적도 여러날이다.


차라리 그립다. 좋은 강사들을 찾아서 학생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빵빵하게 채워주던 그 때가 말도 못하게 그립다. 이제는 기꺼이 협력해줄 강사를 새로 찾아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늙어 간다. 좋아하는 일 못하는 시간은 노화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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