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걷는 나를 응원해
길을 잃었다. 당황했다. 방황하기도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황포 돛배는 바람이 세차게 불면 기다린다. 멈춰야 비로소 중심을 잡고 바람이 잠잠해지면 돛을 내리고 출발한다. 밀물 때 움직여 항구에 닻을 내렸다가, 썰물 때 바람의 힘으로 물길 따라 움직인다.
이른 오전이나 오후에는 나의 그림자가 춤을 춘다. 어느 방향으로 몸을 돌리느냐에 따라 그림자는 내 발목 아래 둥근 덩어리로 붙기도 하고 키다리 아가씨를 만들기도 한다. 안성맞춤한 늘씬한 그림자에 잠시 미소를 짓지만 금새 허영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쓴웃음을 웃는다.
따뜻한 남쪽 나라도 아니고 찬란한 동쪽도 아니고 노을 지는 서쪽도 아니다. 내 가슴이 떨리는 북극성이 있는 북쪽이다. 북망산이 있다는 그쪽으로 오늘도 나는 나의 보폭으로 걸어간다. 가끔 멈춰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제자리를 돌기도 하지만 나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다시 북쪽을 바라본다.
정오에는 해가 나의 정수리에 내린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나의 존재가 서 있다. 니체를 만나고 나는 정오 산책을 좋아했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나는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