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을 응원합니다
서른 한 살 나의 큰 아이가 19개월 때 나는 북세일즈 일을 했다. 유아교육 회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때 그 일을 한 것이 정말 행운이었다. 얼떨결에 결혼한 내가 태교와 자녀 교육에 대한 준비했을 리 없다. 전인교육을 주창하신 회장님의 교육철학이 좋았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배웠고 창의적 놀이교육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시켰다. 인성 교육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처음 부탁을 했다.
“엄마, 저 수학 과외 좀 시켜주세요.”
클레이 놀이방을 운영하는 경아 엄마가 눈높이 선생님을 추천해주었다. 최선주 선생님은 아이를 테스트하더니 ‘미안하지만 기초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고 했다. 나는 내 전문분야가 아니면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을 수용하는 편이라 그대로 따랐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여동생이 떼를 써서 같이 시작했는데 같은 레벨이었다.
아들은 더하기 빼기도 느렸다. 자기가 풀 학습지 분량을 다 한 여동생이 어깨너머로 보다가 먼저 정답을 불러주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큰 아이랑 같은 책상에 앉아서 학습지를 풀지 않게 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최선생님이 학년보다 낮은 단계를 서너 달 기다려주는 부모가 많지 않다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나는 큰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북세일즈맨으로 일을 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일 특성 상 다른 집 아이들에게는 하루에도 열 권 넘게 책을 읽어주면서 내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이 부족해 속상했다. 퇴근하고 나면 아이들 씻기면서 저녁 준비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거 준비하는라 금새 밤이 되었다. 그래도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꼭 읽어주었다. 두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잔뜩 들고 침대로 올라오면 나는 오른쪽 왼쪽에 두 아이를 끼고 교대로 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책이 좋았다. 고객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엄마들이 동화구연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큰 아이가 4학년 때 검도관에서 스키를 타러 갔다가 다리가 부러졌다고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집 근처 병원에 갔다. 다행히 수술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다. 그 당시 신문에 끼여온 대학평생교육원 홍보자료에 동화구연 지도사 과정이 있었다. 나는 동화구연가 과정을 일년 배우고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 두 번을 보고 합격했다. 실기 시험 하나는 미리 제시된 동화 중에서 발표했지만 즉석 발표는 그 자리에서 뽑은 동화를 구연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패자부활전을 할 때 즉석 선곡을 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의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오바액션 해가면서 읽어줬는데, 며칠이 가도 매출이 없을 때는 샘플책이 든 보조가방과 어깨에 맨 가방이 천근만근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서둘러 어린이집에 아이를 찾으러 가면 맨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있을 때가 있다.
“엄마, 나 꼴지로 데리러 오는 거 싫어.”
아이에게 미안하고 내가 답답해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꼭 밖으로 나가서 놀았다. 떡볶이랑 튀김을 사거나 피자를 사거나 치킨을 사서 동네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돗자리 하나 펼치고 간식을 먹고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공놀이를 하거나 S보드를 타기도 했다.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롯데마트 옆 공원에 이글루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남편을 졸라 이글루를 만들자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만큼 집중했다. 한다면 잘해내는 남편이 가장 크고 튼튼한 이글루를 만들었다. 이벤트로 받은 동물 모자를 내가 쓰고 있는 줄도 몰랐다. 우리가족 네 명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크기였다. 지나가는 가족들이 들어가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누구든지 하라고 했다.
워킹맘으로 일할 때는 ‘2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이들 밥을 제대로 못 챙겨줄 때 그랬고,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이 부족할 때 그랬다. 퇴근하고 아파트 장에서 오뎅 떡볶이를 사주고 싶은데 장사 끝난 네모난 떡볶이 통에 담긴 물을 볼 때 서글펐다.
유아교육 특성상 교육을 많이 받았다. 참고할 책도 많이 읽었고 신문 스크랩한 것도 몇 권이었다. 유아교육 자료가 보기 좋게 나오는 **일보를 30년 가까이 구독하는 이유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혜성 선생님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책을 멘토로 삼았고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는 ‘덕승재’를 교육철학으로 정하면서 아이들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다. 책 표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오센틱 리더로 키우는 7가지 덕목’
내가 만나는 고객 중에 워킹맘도 꽤 있었다. 그녀들도 자녀들과 놀아주지 못한다고 속상해했다. 그럴 때 나는 그녀들을 위로했다.
“play time과 quality time이 있어요. 놀아주는 물리적 시간은 부족해도, 아이에게 집중해서놀아 주는 퀄리티 타임이 중요하대요.”
우리 두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매주 금요일을 ‘뒹굴뒹굴 스킨십데이’로 정하고 매주 금요일은 거실에 이불 넓게 펴고 넷이서 같이 잠을 잤다.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꼬아서 슬쩍 보이면 딸아이와 나는 슬며시 다가와서 꼭 껴안았다. 껴안자는 수신호를 스물 일곱 살 딸아이는 지금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