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어느 연말모임에서 그가 발표를 했다. 이일 저일 해봤지만 제대로 해낸 일이 없다고. 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봉사차 학교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웃는 모습이 순하고 씩씩한 그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부자누나가 되고 싶었다. 불편하지않게 밥을 사고 친누나처럼 조금의 용돈을 건넬 수 있을만큼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가 잘 지내는 모습을 sns를 통해서 보고 있다. 여전히 애쓰는 거 같은데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넘기는 일이 꽤 있어보였다. 가끔 뜬금없이 내가 좋아하는 허니콤보치킨 셋트라도 보낼까 싶지만 서로 애매해질까 그만둔다.
친정가족톡에 남동생이 교감 발령받았다고 기쁜 소식이 올라왔다.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이렇게 기쁜데 우리엄마는 얼마나 행복하실까. 마침 오늘은 하나뿐인 올케 생일이다. 해마다 작은거라도 주고 받는다. 10년 일기장에 지난해에는 도미노피자 셋트를 보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올해는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허니콤보치킨을 카톡선물로 보냈다. 기특하고 고마운 올케랑 몇 번의 톡을 더 주고받았다. 엄마께 전화를 했다.
엄마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형제 다섯이 다 착하고 잘 지내서 엄마가 복이 많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 덕분이라고 말씀드렸다. 20년은 족히 지난 일이다. 영업사무소에는 물건 파는 분들이 많이 온다. 아기 엄마들이 대부분인 유아교육 영업소에는 스타킹과 속옷, 정장 등 옷장사가 많이 온다. A급 B급 짝퉁가방 장사도 월급날이 지나면 온다. 할부 냄비 장사도 오고 치솔 장사도 오고,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팔러 오기도 한다. 한번은 당귀를 팔러오신 분이 사무실에 있는 열 명 정도의 여자를 둘러보더니 세 사람을 지목하면서 부자가 될 관상이라고 했다. 세 명 중 나도 포함되었다. 그분은 내 손을 펴보더니 "조상이 덕을 많이 쌓았네" 라고 했다.
나는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음식 해먹이는 걸 좋아한다. 한번은 대하를 두 상자 사갔는데 엄마는 마당에서 이야기 나누고 계신 아주머니들을 불러서 엄마집 작은 거실이 꽉 차기도 했다. 엄마는 나눠주는게 좋다고 한다. 우리엄마는 장난도 많고 웃음도 많다. 작고 통통한 몸매를 흔들면서 지루박을 출 때는 물위를 나는 제비같다. 남동생과 맥주 한잔 하라고 올케에게 치킨을 보냈는데, 내가 부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식구들 초대해서 맛있는 거 먹고 밤새 수다 떨고 싶다.
'언젠가 부자가 되고 말거야'
내 통장 잔고 걱정없이 맛있는 밥 살 수 있는 부자가 될 때까지,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모티콘 하뚜를 부지런히 보내야겠다. 참, 그때 부자로 살 거라는 덕담에 넘어가 당귀뿌리를 만원어치 샀다. 까만 봉지 가득담긴 당귀뿌리를 하루 종일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가 당귀 냄새에 머리가 아팠다. 며칠이 지나 당귀 뿌리를 음식물 쓰레기에 버렸다. 한참 후에야 나는 당귀잎 쌈을 좋아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걱정마시라. 나는 우리동네 고기맛집 무대리에서 생삼겹살을 과식할만큼 부자다. 콧물 날리며 함께 웃던 멋진 훈이도 맛있는 밥 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