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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잘 Feb 06. 2024

26. 여보게~이쁜 사위

우리공주 생일

자네 아내 지호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네. 이 아이에게 청양고추는 필수 양념이라네. 대여섯 살 쯤 시골 할머니께서 겉절이를 하시면 작은 입을 크게 벌리고 계속 달라고 김치 담그는 곳을 떠나지 않았다네. 입술이 빨개지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입술이 아파서 울기 직전이 된 적도 있다네.


지호는 한번 한다면 해내는 아이라네. 스물한 살 때인가? 여의도 가서 불꽃놀이 보고 싶다고 하더니 아빠 자전거 빌려 타고 친구랑 다녀왔다네. 그러고 나서 몸살이 나서 며칠 동안 아팠다네. 그 당시 친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와 계셨는데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무뚝뚝한 분이셨는데 지호는 아기 때부터 예뻐했다네.


지호는 음식을 딱히 가리는 건 없지만 소화기능이 약해서 천천히 먹는 습관이 있다네. 중 고등학생 때는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네. 직장 다니면서 생존본능이었는지 어느 정도 속도는 내지만, 지호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걸 좋아한다네.


고등어회를 좋아하고 갈치조림과 과메기를 좋아하네. 맛있게 구운 고등어도 좋아하지. 미역국은 짭조름하게 끓여주는 걸 좋아한다네. 닭발을 좋아하고 매운 떡볶이도 좋아하고 오겹살을 좋아한다네. 산낙지도 좋아하지. 마카롱을 좋아하고, 초코송이는 과자도 초콜릿도 맛있다고 좋아했고 야쿠르트에서 나온 음료 윌을 좋아한다네.


여보게 이쁜 미래의 사위~자네도 알겠지만 지호는 은근히 주도성이 강하다네. 아빠 성격을 닮아서 생각도 많고 결정력도 빠르다네. 지호가 어릴 적에는 아빠를 싫어했다네. 사춘기 때는 “엄마는 왜 저런 남자랑 결혼했어?” 라고 원망하듯 묻기도 했었지. 자기 성격이 아빠 닮아서 망했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알게 되어서 그런가 아빠랑 대화도 잘 통하고 생각이 비슷할 때가 많더군. 요즘은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


오래 전 지호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적은 걸 봤다네. ‘yes. 아빠가 변하는 걸 보고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쓴 것을 보았다네. 이 메모가 어찌나 기쁘던지 가끔 몰래 지호의 5년 노트를 훔쳐보곤 했다네.


나는 가끔 엉뚱한 내가 좋다. 아이들이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될 때 나의 사위와 며느리에게 내 아이 사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20년 9월 어느 날 나의 블로그에 ‘여보게~ 이쁜 사위’라는 제목으로 딸아이에 대한 정보를 몇 자 적었었다. 내 블로그에 와서 조용히 오타를 지적하고 가는 딸아이는 미래의 사위에게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나는 특히 며늘아기에게 아들 사용법을 상세히 적어 둘 계획이다. 아들 녀석에게 ‘귀한 남의 딸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엄포도 놓아두었다. 설거지도 자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릴 때는 바닥에 있는 물건을 털어서 소파 위에 올려놓고 돌려야 한다는 잔소리도 잊지 않고 하고 있다. AS 는 없다. Before Servise 매뉴얼을 작성해야겠다.


오늘은 우리 예쁜 딸 생일이다. 딸아이는 사람을 귀찮게 하지않는다. 혼자서 쳑척 해낸다. 시스템이 없는 회사에서 밥 먹듯이 혼자서 야근하다가 MD 역량이 확 늘었다고한다. 딸아이가 생일에 잡채 해달라며 말한다.


"엄마 잡채는 어디서도 먹어볼 수 없는 맛이야"


우리가족의 소소한 문화 생일떡을 사고 심플한 생일축하 가렌드를 거실에 걸었다. 딸아이가 사진을 찍는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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