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침인가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 맛있게 먹은 마라샹궈가 원 투 쓰리 포 위장에 쨉을 날린다.
따뜻한 이불 속을 나와 정숙이에게 걸어간다. 물 한 잔을 세 번에 나눠 들이켠다. 주방 창 쪽은 어둡다. 거실 창 차르르 커튼 한쪽을 걷었다. 거실 창 쪽은 더 어둡다.
따뜻한 이불 속이 그리워 들어가려다 거실을 몇 걸음 걸었다. 전지적 시점으로 묻는다.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치는 거야 뭐 억울한 일이라도 있어?’
‘아니요.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서요, 저는 저를 잘 몰라도 하나님 저를 잘 알고 계시죠? 그냥요.’
휴대폰을 열어보니 6시 15분이다. 에이 조금 더 누워 있어야겠다. 따뜻한 이불 속이 편안하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여러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얘들아 나중에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너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게 물어봐. 그곳에 하나님이 계시거든. 너의 마음과 하나님 마음, 두 마음이 일치하는 그 양심에게 물어봐. "
순간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일이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어쩌면 내 마음에는 또 다른 두 마음이 있는지 몰라.
인디안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지?
“할아버지 제 마음에는 착한 늑대랑 나쁜 늑대가 산다고 했잖아요. 착한 늑대가 이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할아버지가 그러셨다지.
“네가 착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면 된단다.”
내 가슴 한복판에는 천사와 악마가 산다. 가끔은 내 마음 나도 모르니까, 나조차 나를 속이는 걸 모를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봐야겠어. 내 마음과 하늘에 계신 그분 바라보면서 두 마음이 만나면 되겠지.
내 마음에는 두 개의 양심이 살아. 천사와 악마가 살고, 내 마음과 하나님 마음이 일치하기도 하지. 그런데 내 마음속 양심이 마구 흔들릴 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내 마음을 꺼내서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보면 되겠지. 어린이 놀이터 정글짐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아이들이 다 보이잖아. 아니면 cctv를 생각해봐도 좋겠네.
‘왜 잠을 설쳐 뭐가 억울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요. 제가 잘 모르겠어서요’
차분해지는 마음이 착한 늑대의 마음이겠지. 자꾸 불끈거리고 잠에서 깨고 가시 돋치는 생각은 나쁜 늑대의 마음일 거야.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 지난 일인 걸 뭐’ 하게 될걸.
‘좀 더 잘래 그만 일어날래?’
‘까슬한 침대가 너무 좋아 그냥 밍기적 거릴래요’
‘그래 그것도 좋겠네’
명치가 느무 아파 매스틱 한봉 스스륵 마셨다. 야쿠르트 아줌마 몇 시에 오시지? 위가 아플 때 아들이 좋아하는 윌이 직빵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