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모와 자녀는 2인 3각 경주를 하는 것 같다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까?

by 오잘줌마


지난달 여든 번째 생신을 맞으신 친정엄마랑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한 해 전과 비교해서 변한 게 보였다. 식사량이 줄었고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졌다. 목욕탕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사물함 자동키를 댔다가 얼른 떼지 못해서 문이 열렸다 잠겼다 세 너 번 반복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내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나는 엄마의 걸음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걸었다.


남편은 올가을에 전국 동호인 테니스대회를 여러 번 나갔다. 준우승과 3위의 성적을 내고는 전국 우승을 기대하며 몇 번 더 대회에 나갔다. 전국에서 160여 팀이 출전해서 거의 하루 종일 게임을 했다. 점심시간에 김밥을 주문하는데 앱 결재가 되지 않아서 가족톡에 도움을 요청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두 번째는 잘 할 수 있다고 대회 전날 최소주문과 앱 결재 완료 전까지 연습을 몇 번 했는데 당일에 주문이 되지 않아서 당황했나 보다. 아들이 두 번 다 주문과 결재를 해드렸다. 남편은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아들이 흔쾌히 도와주어서 고맙고 기특했나 보다.


남편은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다. 큰아이 어릴 적 인라인스케이트를 알려 줄 때, 두세 번 알려줘도 언덕을 내려오지 못하면 야단치고 윽박질렀다. 중학생 때는 성적이 기대 이상 나오지 않았다고 각서를 받은 적도 있다. 수능 끝난 날도 수고했다는 말보다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야단을 쳤다. 수능 끝난 해 설날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말했다가 뺨을 두 대 맞았다. 아들이 아빠랑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고 집을 나갔다. 아는 형 집에서 한 달을 살았다. 남편은 사흘 쯤 되는 날부터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나를 들들 볶았다. 매번 자기가 일 저질러놓고 나에게 해결해달라고 했다.


우리 엄마는 서른다섯 살부터 십 년간 리어커를 끌면서 학교 앞 문방구에 과자를 배달하는 일을 하셨다. 과일 행상을 하셨고 달고나 장사 풀빵 장사도 잠깐 했다. 그리고 원주역 앞 가락국수 가게에서 십 년을 일하셨다. 병원 식당에서 일을 하고 리조트 청소를 했고 골프장에서 일을 하시다가 근로 계약이 되지 않는 일흔에 일을 그만두었다. 여든이 넘은 지금은 몇 년간 노인정 청소담당과 노인 말동무 해드리는 공공근로일을 하고 계신다. 엄마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나는 안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버지의 술주정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지금도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30대 초반 어느 날부터 나의 꿈은 ‘수고하신 나의 아버지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꿈을 이루었다. 우리 엄마는 나랑 통화 할 때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랑스러운 셋째 딸~ 엄마는 니가 정말 자랑스러워”


내 남편은 장모님의 언제나 긍정이 정말 놀랍다고 한다. 나는 엄마랑 외모도 가장 많이 닮았고 귀여운 몸짓과 말투를 닮았다. 우리 딸아이가 내가 말할 때마다 외할머니 닮아서 귀엽다고 한다.


지금 우리부부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느려지고 있다. 20대 아이들은 뭐든 빨라지고 있다. 엄마랑 내가 2인 3각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들과 내가 2인 3각 경주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구 속도에 맞출 것인가.


나는 나의 부모님께 좋은 자녀였는지 돌아볼 때가 있다. 1980년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나는 일찍 사회생활에 뛰어들어서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께 훌륭한 자녀는 못되었던 것 같다. 이제라도 잘하려고 마음먹는다.


참 고마운 일이다. 내가 우리 부모님께 한 것 보다, 나의 아이들에게 한 것보다 나의 아이들은 우리 부부를 많이 배려해준다.


‘당신은 좋은 자녀입니까?’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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