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베껴쓰기

좋은 글을 베껴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by 오잘줌마

오래전 필력 훈련으로 베껴쓰기를 했다. 단순하게 베껴쓰기만 하면 필력이 그닥 늘지는 않는다. 베껴쓰고 요약하는 훈련까지 해야 필력이 는다는 걸 알고 있다. 쉽지 않다. 논리적인 뇌 구조를 가지지 않는 나로서는 어떤 감정에 꽂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필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고 해서 쓸데없는 일은 아니다. 다 쓸모가 있다.


베껴쓰기를 하면 마음이 집중된다. 마음이 심드렁하거나 불안하면 단순 작업이 명상효과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이름 붙이고 좋아하는 작업명상은 몇 가지가 있다. 자몽청 담그기, 마늘까지, 멸치똥까지, 양파장아찌 담기, 좋은 글 베껴쓰기 등 등


오감이 충만해지는 자몽청 담기는 행복한 놀이다. 나는 작업명상이라고 부른다. 자몽 겉껍질과 속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 하나하나 손에 닿는 기분이 말캉하고 좋다. 중간중간 조각낸 자몽 속살을 집어 먹으면서 작업을 하면 창밖 풍경은 아늑하고 고요하다.


오늘 아침은 흐리다. 내 기분도 흐리다.

냉장고에서 오래 묵은 것들을 버렸다. 드레스룸도 다시 정리해야겠다. 물리적인 정리가 마음에 여유를 주기도 한다. 음쓰를 버리고 오면서 신문을 꺼내왔다. 윌도 꺼내왔다. 신문에서 관심있는 글을 보았다. 베껴쓰자.

'내 감정은 내가 관리해야지’


주말에 무생채와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려고 준비하다가 손톱을 썰었다? 피가 나기 직전에 멈추기는 했지만, 주부가 손가락을 다치면 은근 불편하다. 파를 송송송 썰다가 내 손을 썰뻔 했다. 조심조심 또 조심.

왼쪽 검지 손가락이 불편하지만 베껴쓰기 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다. 좋은 글을 베껴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베껴쓰려고 찢어 논 신문이 밀려있다. 마음이 뒤숭숭할 때 필사 놀이가 좋다.



마음이 불편할 때는 단순 작업이 효과가 있다. 좋은 글을 베껴쓰면 기분이 나아진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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