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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씌 May 03. 2021

LOVE, PEOPLE & MUSIC

[책 리뷰] 뮤직 숍 | 레이철 조이스



음악의 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움직이는 참 신기한 힘을 갖고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곁에서 나의 사사로운 감정들을 공유하며, 행복과, 용기,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걷잡을 수 없을 슬픔이 몰려와도, 나를 위로하고 다독여 줄 음악이 있기에, 침대에 누워 단단히 동여맸던 마음을 놓는다. 그래서일까,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음악에는, 나의 감정, 이야기, 추억이 함께 묻어난다. 노래를 듣자마자 어딘가에 꽁꽁 숨겨 놨던 그때 그 시절, 그 음악을 들을 때의 향기와 나의 모습이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스르륵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만큼은, 노래 가사와 내가 하나가 되어, 눈앞에 나만의 악보가 그려진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선 대단한 정보나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즐기고 행복을 느끼면, 그것으로 된 거다. 기쁠 땐 신나는 가요, 슬플 땐 발라드나 R&B, 조깅할 땐 edm,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흥이 오르는 팝송. 지금 이 글 쓰는 순간에도, 내 곁에 잔잔히 흐르는 인디음악은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위로한다.


오랜만에 TV에 sg워너비가 나왔다. 그들은 '내 사람', '살다가', '타임리스'등  대단한 명곡을 차례로 불러주었다. 학창 시절 때, 정말 귀가 닳도록 듣던 노래들이다. 노래의 첫 간주가 시작되자마자 몽글몽글 떠오르는 추억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분명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 하나로, 순식간에 과거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처음 구입했던 앨범은 sg워너비와 ft 아일랜드였다. 방에서 공부하면서 듣고, 목욕하면서 듣고, 잠잘 때 자장가로 듣고. Mp3가 없어서 CD와 라디오로만 음악을 듣던 그 시절, 간신이 얻은 두 앨범만을 늘어지도록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들의 노래를 듣고, 다시금 교복을 입은 소녀로 돌아간다.


음악은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즐거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지. 우리의 생이 힘겹게 느껴질 때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들으면 용기를 얻을 수 있어.





공감의 힘


책의 주인공 ‘프랭크’는 LP판을 판매하는 뮤직 숍 주인장이다. 오래되고 낡은 거리에서 가족 같은 이웃 상점 사람들과 14년째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가게에 방문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 다음, 그들의 기분과 감정, 상황에 맞는 음악을 기가 막히게 추천해준다. '프랭크'는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각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음악을 들었을 때 느껴진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주기에, 그의 음악 추천은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히 보듬어준다.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타인의 아픔에,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과 치유를 전달한다. 음악의 힘이자, 공감의 힘이다.


조금 별나고 특이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각종 음악을 듣고 자란 그이기에, 상황에 맞는 음악을 떠올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지만, 남모를 아픔과 아물지 않은 상처를 품고 있다. 따뜻한 음악을 선물하여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지만, 정작 자신의 외로움은 돌보는 방법을 몰랐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음악을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으로 그를 보듬어준다. 음악과 사람, 사랑을 담고 있는 따스한 온기가 가득 찬 책이다.





잠시 내가 소설 속 프랭크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우울의 늪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노래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1-800-273-8255> 이 알 수 없는 숫자 조합이 바로 노래의 제목인데, 제목 안의 숫자는 미국의 자살 방지 핫라인 전화번호이다. 모두가 자기만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아픔의 크기와 이유는 모두 제각 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라도 '내' 안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없다. 그럼에도 세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 뒤, 누군가 나를 붙잡아줬으면 하는 마음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때, 섣불리 다가서지 못했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에, 이 노래가 조용히 다가설 것이다. 누구도 공감해주지 못할 것 같은 삶에, 손 내밀어 줄 것이다. 이 노래가 나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Logic / 1-800-273-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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